[MT리포트]누가 설리를 죽였나…손가락 살인, 처벌은?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2019.10.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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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살인 上]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매년 증가…지난해 1만5296건 사상 최대

편집자주 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거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SNS) 등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악플들이 또다른 '설리'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댓글망국론'이 나올 정도에 이른 악플 뒤에는 이를 양산하는 거대 포털 및 언론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

고(故) 설리(본명 최진리, 25) 자료사진.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고(故) 설리(본명 최진리, 25) 자료사진.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진짜 관심병 걸린 X"
"너희 부모님도 생각해"

아이돌그룹 f(x)(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씨가 세상을 떠난 지 하루,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여전히 최씨를 비난하는 악플(악성댓글)이 떠돈다.



최씨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도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씨를 죽음으로 내몬 건 결국 악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예인 등 인기인과 공인을 향한 '마녀사냥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악플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명예훼손·모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 발생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15년 1만5043건으로 증가한 이후 매년 1만5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만5296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 일선 경찰서 한 수사과장은 "악플에 시달리는 연예인이 명예훼손· 모욕죄로 고소하는 사건이 늘고 있다"며 "예전에는 고소하지 않고 선처해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 수위가 심각해 고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온라인 명예훼손·모욕이 늘고 있지만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악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낮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나 SNS에 악플을 달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명예훼손죄와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이 가능하다. 사실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구분된다.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거짓을 적시한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MT리포트]누가 설리를 죽였나…손가락 살인, 처벌은?
하지만 실제 소송에 가면 처벌은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다 대다수다. 2017년 30대 A씨가 여자 연예인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결국 꽃뱀도 시집만 잘 가면 땡"이란 댓글을 달았다가 재판에 넘겨졌는데 법원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016년 세월호 유가족 인터뷰를 보고 "독하게 지랄하겠구먼. 시체장사"라는 댓글을 단 B씨는 유가족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

최씨처럼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서는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진짜 관심병 걸린 X 같음"이라는 댓글은 모욕죄에 해당하는데 사망한 뒤 달렸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만약 목숨을 잃기 전에 달린 댓글이라면 유가족이 모욕죄로 고소할 수는 있다.

법조계에선 악플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악플만으로도 최대 징역 3년9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김지훈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부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는 약식기소되고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라 실제 적용 수위가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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