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하루 86만 개' 달린다…포털은 '댓글공화국'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0.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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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살인上]9월 한 달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추산치 총 2570만6003건…악플 비율은 80%

편집자주 악플에 시달리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거대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SNS) 등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악플들이 또다른 '설리'들을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댓글망국론'이 나올 정도에 이른 악플 뒤에는 이를 양산하는 거대 포털 및 언론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다. 

/사진=설리 인스타그램/사진=설리 인스타그램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리가 생전 수많은 악성댓글에 시달렸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11살에 데뷔해 인생의 절반 이상을 대중 앞에 선 채로 보낸 설리. 그는 주관이 뚜렷한 행보로 늘 주목받았다. '독보적 이슈메이커'였던 만큼 그에겐 항상 댓글이 쏟아졌다. 설리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는 1000개 넘는 게시글이 달리곤 했다. 넘치는 댓글과 그 안의 악플에도 설리는 "무서워하고 숨을 수도 있었다.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편견이 없어지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댓글은 설리의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온라인 전반에서 넘쳐난다. 포털사이트에는 하루에만 수십만건의 댓글이 달린다. 수많은 댓글 중 상당수는 '악플'이다.



15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네이버 뉴스에는 총 1583만4898건(삭제 건 포함)의 댓글이 등록됐다. 일평균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52만7830개의 댓글이 달린 것이다.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네이버 외의 포털사이트 뉴스에서도 댓글이 달리기 때문. 인터넷 통계 데이터 전문기업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월 네이버의 포털사이트 점유율은 61.6%로 나타났다. 네이버를 제외한 다음, 줌 등 포털사이트의 점유율을 종합하면 38.4%다. 점유율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네이버 외 포털사이트 뉴스에는 지난 9월 987만1105개의 댓글이 등록됐다고 볼 수 있다.
[MT리포트]'하루 86만 개' 달린다…포털은 '댓글공화국'
종합하면 지난 9월 한 달 포털사이트 뉴스에 달린 댓글 추산치는 2570만6003건. 하루 평균 85만6866개다. 댓글을 작성하고 등록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달 동안 댓글에만 약 42만8000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여기에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등록된 댓글을 더하면 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넘치는 댓글 중엔 '악플'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의 저서 '모멸감'에 따르면 한국의 댓글 중 악플 비율은 80%로 추정된다. 이는 네덜란드(10%)와 일본(20%)의 악플 비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평소 갖고 있던 분노를 온라인상에서 손쉽게 악플로 배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악성 댓글을 써도 '익명'이란 도구에 숨어 쉽게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악플'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악플 피해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법적 처벌과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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