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년 간 토머스 쿡이 쌓아온 역사가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예상은 꽤 공공연했다. '최고(最古)'란 타이틀이 더 이상 '최고(最高)'라는 의미를 아우르지 못해서다. 온라인 플랫폼 경제가 도래했고 개별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토머스 쿡은 오프라인 판매와 패키지여행 구조를 고집하며 고립을 자초했다. 몸집만 컸을 뿐, 트렌드에 둔하고 변화를 좇는데 민첩하지 못했던 것이다.
토종 여행사들의 행보는 토머스 쿡과 비슷하다. 패키지여행과의 시너지를 위해 호텔과 면세사업에 진출하지만 개별여행 트렌드에 대응한 플랫폼을 갖추는 데 무관심했다. 당장 큰 수익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에서다. 점점 젊은 여행객들과 멀어졌고, 이 사이를 아고다와 씨트립 등 개별여행에 최적화한 플랫폼을 갖춘 글로벌OTA가 파고들었다.
여행업계에선 변화를 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럴 때일수록 견고한 패키지여행 공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계획할 때 2030세대는 스카이스캐너부터 검색하고 5060세대도 더 이상 여행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토머스 쿡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180도 변화가 필요하다.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없다면 남는 건 만시지탄(晩時之歎)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