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4차 산업혁명과 균형발전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10.2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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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이 심하다.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산다. 지역내 총생산의 50.3% (2017년), 예금취급기관 예금의 69.1% (2018년 말)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한 법이 시행되고 있고, 중앙행정 기능의 세종시 이전, 각 지역 혁신도시로 공공기관 이전 등이 이루어졌는데도 이 정도다. 과도한 집중으로 수도권에는 만성 교통체증, 집값 폭등, 공해 등 집중에 따른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부와 기회의 불평등도 심화된다. 이에 따라 이번 정부는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는 않다.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다. 10년 전인 2009년 지역내 총생산의 수도권 집중도는 49%였는데 2017년 말 50.3%로 높아졌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산업구조의 변화도 수도권 집중 가속화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효자 산업은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후장대산업이었다. 이들 산업은 대규모 공장과 기계설비가 필요했고 수출을 위해 항구도 필요했다. 자연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핵심거점을 두었다. 이들의 성장과 함께 지역경제도 성장했다.



최근 이런 산업들이 침체에 빠지며 지역경제의 활기가 사라져 가고 있다. 반면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산업들이 득세하고 있다. 신산업의 대표주자인 네이버가 2002년 상장했을 때 시가총액은 전통산업의 대표인 현대차의 약 5%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거의 비슷해졌다. 조만간 역전할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산업들은 대규모 공장과 기계설비가 필요 없다. 수출을 위한 항구도 필요 없다. 사무실과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지역에 거점을 두기 보다는 수도권으로 모인다. 특히 이들 지식산업은 융합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집적하는 특성이 있다. 점점 더 모이게 될 것이다.

지식산업의 집적 강화로 수도권 집중이 심해진다고 이들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규제로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산업들은 향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중요한 미래 산업들이다.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 지식산업은 모여야 강해진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들 산업의 집적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수도권 집중은 블랙홀처럼 강화될 것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지식산업이 집적할 수 있는 수도권과 유사한 코어지역을 한군데 정도 더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산업은 공장이나 기계가 아니라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코어지역에는 이들이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수도권을 능가하는 최고의 생활환경과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도권과 겹치지 않는 지식산업 위주로 이런 코어지역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산업에 대해서는 여러 지역으로의 분산보다는 수도권과 수도권 이외의 코어지역 하나 정도를 동시에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해볼만 하다. 지역균형발전도 단순히 수도권 기능의 지역 분산 차원을 넘어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제공=금융연구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제공=금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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