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머니투데이DB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여성 CEO'란 타이틀을 단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창립 3주년 포럼'에서 패널 토론자로 나와 가벼운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대표는 증권사 CEO를 맡기 전에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에서 이미 지주·은행·증권 3개 법인 자산관리(WM) 총괄 임원을 겸직하며 KB 임원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증권업계에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여전히 한국 기업에서는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유리천장 뿐 아니라 핵심 포지션이나 주요 업무는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 유리벽 같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맞는 여성들만의 장점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여성들의 장점으로 세 가지를 꼽자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집중력이 좋다는 것,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는 것"이라며 "남성들이 수직적 대화에 능하다면 여성들은 수평적 대화에 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시대는 이 수평적 대화에 익숙한 문화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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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여성 스스로에게 '유리천장'을 뚫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박 대표는 "CEO로서 임원에 적합한 인물을 살필 때는 업무 장악력이 좋은지, 조직을 끌어갈 리더십이 있는지 살피게 된다"며 이 부분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박 대표는 "4차 산업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및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여성들에게 이전에 없던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며 "금융기관들 역시 여성 임원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 남성들 위주의 관계중심, 근면성 중심 기업문화 대신 업무중심, 성과중심 기업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업무 시간 중 얼마나 집중하느냐, 성과를 누가 얼마나 냈느냐 등 실질적 결과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들이 보다 공정하게 일하고 승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그 성과를 기업 실적에 연결시키려는 CEO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정부 관계자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김교태 삼정 KPMG 대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대표,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대표 등 재계 주요 인사 및 기업의 여성임원, 법조계, 언론계, 학계 여성 리더 등 170여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마사히코 우오타니 시세이도 그룹 회장이 '변혁의 여정'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으며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강혜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