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 보험사기, 빅데이터로 잡는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10.16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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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원, 보험금 정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병상점유율·입원율 등 제공, 사기 의심병원 한눈에

[단독]병원 보험사기, 빅데이터로 잡는다


보험업계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입원하지도 않고 보험금을 타는 일명 ‘나이롱환자’(가짜 환자)등의 보험사기와 연루된 병·의원을 쉽게 가려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보험회사별로 각자 보유한 통계만을 사용해 보험사기 조사에 한계가 있었지만 전체 보험사의 통계 정보와 의료기관 현황을 연계한 빅데이터 시스템이 만들어진 덕분이다.

15일 금융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이하 신용정보원)은 최근 ‘보험금 청구·지급 정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주요 보험금 청구·지급 분석지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보험사기로 의심이 가는 병의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보다 9.3%(680억원) 증가한 7982억원으로 역대 최고금액을 기록했다. 이중 허위·과다 입원 등 의료기관과 연루된 보험사기 적발금액만 약 1800억원대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병의원의 보험사기 혐의를 잡아 수사를 의뢰하기 까지 과정은 쉽지 않다. 보험사들은 통상 자사 보험금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나 병의원 관계자 등 주변의 제보를 통해 보험사기로 추정되는 병의원을 자체 조사한 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제한된 통계를 근거로 하다 보니 체계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대형사의 경우 꾸준히 보험사기 조사 인력을 확대하고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 중소형사는 이마저도 부족해 나날이 지능화하는 보험사기에 속수무책이었다.

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지표는 전체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와 지급정보를 가공해 병상 점유율이나 입원율 등을 확인할 수 있어 보험사기 조사에 즉각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병원의 전체 병상 수가 30개인데 보험사 정보를 취합해 분석해 보니 특정 기간에 입원환자가 4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허위 입원환자를 유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의사 등 의료진 수보다 입원환자 수가 눈에 띄게 많거나 주말 등 특정 기간에 입원율이 유난히 높은 병원도 마찬가지다.


또 특정 설계사로부터 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유난히 일부 병의원으로 몰릴 경우 동일 모집인 계약 비율을 들여다 보면 설계사가 병의원에 환자를 알선하거나 소개해 준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일부 병의원은 설계사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아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정보원 자료는 보험사기 혐의가 높은 병의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사실 만으로 병의원과 환자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며 “나이롱환자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 통계 뿐 아니라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관련 통계도 분석해 공유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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