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위축 감수하고 "실명제 부활" 주장 왜?=인터넷 실명제란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해 본인 확인돼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다. 익명에 기댄 악성댓글, 사이버 명예훼손 등 부작용을 막겠다며 2007년 일일 방문자 수 20만명 이상 사이트와 국가기관 사이트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그러나 악성 댓글, 사이버 모욕, 가짜 뉴스(허위정보) 게재 등 실명제 폐지 후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더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 1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명제 폐지의 취지는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 토론 문화 발전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지난 몇 년간 세월호 같은 국가 비극이나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댓글로 인한 상처가 재확산되는 경우가 많았고 연예인 비방, 욕설, 거짓 정보로 인터넷상에서 정상적인 여론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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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한계…공개적 재논의 필요"=댓글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부활은 위헌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다시 입법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시 실명제 위헌 결정은 재판관 8명 전원 일치 판결이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은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한 것으로, 익명적 표현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미 있는 의사표현으로 본 것"이라며 "공개적 표현만 인정한다면 공익제보 등이 어렵고 실명제가 인터넷 문화를 개선한다는 효과성이 검증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인터넷 실명제가 어렵다면 차선에 준하는 법적·구조적 보완책이라도 마련하기 위한 공개적인 논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 교수는 "현재 인터넷 시스템이 사회적·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실명제에 준하는 추적 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피해 구제에 대한 효율화 방안, 온라인상 권익 침해에 대한 형량 판결 조정 등 법 규범 문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털 악플 차단 진땀…우회표현 '우후죽순'=인터넷 기업들도 책임감을 갖고 보다 강도높은 시스템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명제 폐지 이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업체들도 악플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에 나섰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
각 사업자들은 욕설·스팸 댓글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댓글 20개, 답글(대댓글) 40개, 1분 이내 연속 등록 제한’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규정을 어길 경우 이용정지 등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회원 계정단위로 부과되기 때문에 다른 계정을 만들면 막을 길이 없다.
욕설·비속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욕설을 자동 차단하거나 작성 시 'OOO'으로 바뀌는 치환 기능도 있다. 입력할 때마다 경고하고 검토 결과 상습 악플러로 판단되면 이용정지 대상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발음을 교묘하게 바꾼 욕부터 영어, 초성만을 이용한 욕설, 특수문자 삽입 등으로 규제를 피하는 우회 표현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규제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