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망'… 밝게 웃던 설리, 하늘의 별 됐다 (종합)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10.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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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향년 25세

배우 설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 JNB갤러리에서 진행된 글로벌 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을 기념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1-08 /사진=김휘선 기자배우 설리가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 JNB갤러리에서 진행된 글로벌 뷰티 브랜드 신제품 론칭을 기념 포토월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1-08 /사진=김휘선 기자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최진리·향년 25세)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4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따르면 설리는 이날 오후 3시21분쯤 자택인 경기 성남 수정구 심곡동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리 매니저가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설리 매니저는 지난 13일 오후 6시쯤 설리와 마지막 통화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아 설리의 자택을 방문했다. 사건 현장에는 고인의 마지막 심경이 담긴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최근 부쩍 불안해했다"… 방송서 털어놓은 속내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설리는 최근 부쩍 불안 증세를 보였다. 한 매체에 따르면 설리의 한 측근은 "심경 기복이 컸던 친구인데, 요즘 들어 개인적인 일로 부쩍 불안이 심해져 주변에서도 걱정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설리에게 심경의 변화가 생겨 JTBC2 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 진행에서도 하차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설리는 '악플의 밤' 방송에서 불안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둡고, 내 생활은 너무 구렁텅이인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리는 "많은 이들이 내게 '어떤 사람이라도 어두운 부분이 있지만 안 그런 척 하고 사는 거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라고 하길래 그냥 양면성 있게 살아가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지난 5일에는 영화 '메기' 필소토크에 참석해 '가혹한 세상'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설리는 "사람들은 늘 친절함을 원한다"며 "(어떤 상황의) 피해자에게도 친절함을 바라고, 좀 더 친절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냐고 사람들은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나?' 싶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영화라서 정말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

◇언제나 당당했던 설리… "브래지어는 액세서리"

설리는 서슴지 않고 늘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설리의 당당함이 특히 잘 드러났던 건 '노브라'(no bra), 시선강간 논쟁에서다.

설리는 2017년부터 꾸준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속옷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여자 연예인이자 아이돌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사진=JTBC2 '악플의 밤' 제공/사진=JTBC2 '악플의 밤' 제공
그럼에도 설리는 계속해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노브라' 행보를 이어갔다. 브래지어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을 타개하자며 '가슴 해방'을 주장하고, 여성의 가슴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분위기를 없애자는 취지에서다.

설리는 지난 4월에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중 노브라 관련 소신을 밝혔다. 한 누리꾼이 "노브라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설리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이유?"라고 말하는 등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계속된 '노브라' 질문에 설리는 "나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시선 강간이 더 싫다"고 말했다. 시선 강간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쳐다봐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 6월 설리는 MC를 맡고 있는 JTBC2 예능물 '악플의 밤'에서도 노브라 패션 관련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소화기관에 좋지 않기도 해서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그게 자연스럽고 예쁘다는 생각이 있다" "나에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로 어울리면 하고 어울리지 않으면 안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설리는 "많은 사람이 이것(노브라)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틀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여성들은 설리의 이런 행보에 지지를 보내며 환호했지만, 이 같은 설리의 당당한 행보가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다는 비난도 많았다.

◇지독한 악성 댓글… "대인기피증 앓았다"

설리는 오랜 시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가 일상을 공개하면 늘 비난이 쏟아지는 식이었다.

겉옷 안에 속옷을 안 입고 찍은 사진을 게시했을 때는 '관심 없으니 기사를 그만 내라' '가슴이 없어서 선정적이지도 않다'는 등 몸매를 품평하는 악성 댓글이 이어졌다. 친구와 함께 우정사진을 찍어 게시했을 때나, 친한 남성 선배 연예인들과 사진을 찍어 게시했을 때 등에도 설리에겐 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설리는 2013년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멤버 최자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지독한 악성 댓글과 루머에 시달렸다. 설리가 최자와 연애 후 결별하는 과정에서는 '임신했다'거나 '최자가 힘들겠다'는 등 근거 없는 악성 댓글들이 난무했다.

설리는 심지어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공개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첫 팬미팅 '피치스 고블린'에서 "인스타그램에 내 고양이 고블린을 향해 '징그럽다' '자기 같은 것만 키운다'며 무서워하는 글이 많았다"며 "(노래로)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성 댓글에 그의 일상은 힘겨웠다. 설리는 '대인기피증'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 그거 아니야'. '그거 다 거짓말이야'라고 바로 설명해줘야 할 것 같았다"며 "(사람들을 피해) 골목으로만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 '악플러'를 고소했던 적도 있었지만, 마음이 아파 선처를 해줬다고도 설명했다. 설리는 "(악플러를 잡고 보니) 유명한 대학교에 다니는 동갑 학생이었는데 나이가 똑같은 친구에게 빨간 줄을 긋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선처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시 고소를 하게 될 날이 오면 선처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충격 빠진 연예계… "일정 연기"

연예계는 급작스러운 설리의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슈퍼주니어는 15일, 음원과 더불어 공개 예정이던 새 앨범 타이틀곡 '슈퍼클랩' 뮤직비디오를 오는 17일 밤 12시 공개로 연기했다. 15일 진행 예정이던 슈퍼주니어 동해의 생일 팬미팅 역시 연기됐다.

15일 게재 예정이었던 태연의 컴백 콘텐츠 게시 일정도 변경됐다. 태연은 설리와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오는 22일 컴백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었다.

후배 그룹 NCT드림의 단독 콘서트 예매 일정도 중단됐고 슈퍼엠(SuperM) 역시 특집쇼 '슈퍼엠 더 비기닝' 사전 녹화를 취소했다. 설리와 함께 에프엑스 멤버로 활동했던 엠버 역시 자신의 예정된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엔플라잉은 15일 예정됐던 여섯 번째 미니앨범 '야호'(夜好)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취소했다. 배우 김유정은 오는 15일 진행 예정이던 뷰티 브랜드 포토월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설리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설리가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고 비통할 따름"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 문화를 비판하며 설리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배우 신현준은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라며 "악플러-비겁하고 얼굴 없는 살인자입니다"라고 글을 썼다.

하리수는 설리 사망 소식을 두고 희화화하는 악성 댓글이 있다는 기사를 캡처하며 "이런 식으로 고인을 욕되게 하는 악플러들은 인간이긴 한 건가. 왜 저런 더러운 사이트를 그냥 놔두는 거지. 제발 온라인댓글 실명제·본인인증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바뀌었으면"이라고 말했다.

방송인 양정원도 이 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무섭다. 너는 얼마나 깨끗한데, 얼마나 당당한데, 제발 가만히 좀 내버려 둬"라고 악플러들을 비판했다.

설리는 2005년 SBS 드라마 '서동요'로 데뷔했다. 2009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프엑스(f(x)) 멤버로 활동하며 ’라차타’, ’핫 서머(Hot Summer)’,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 ’첫 사랑니’ 등 다수의 곡으로 사랑받았다. 2015년 팀을 탈퇴한 뒤 배우로 전향했다. 이후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패션왕’, ’리얼’ 등과 JTBC2 예능 '악플의 밤' 등에 출연했다.

한편, 설리의 빈소나 발인 등 장례절차는 비공개로 치러진다. 이날 밤 SM엔터테인먼트는 "설리 장례 관련 부탁 말씀 드린다"며 "갑작스러운 비보로 깊은 슬픔에 빠진 설리의 유가족분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르길 원하고 있다"고 양해를 당부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간곡히 협조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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