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환매중단 최대 1.3조…무역펀드 3~5년 돈 묶인다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소연 기자 2019.10.14 18:10
글자크기

환매 시기·규모 불투명 여진 '지속'…금감원, TRS 계약 증권사 등 조사 확대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된 총 8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환매가 중단됐다. 특히 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최대 1조3300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환매 시기와 규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추가 판매에 따른 투자자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매중단, 8500억 규모..최대 1.3조 넘어설 듯=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IFC센터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일 6000억원 규모의 사모채권, 메자닌 펀드에 이어 이날부터 24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 펀드에 대해 추가 환매를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환매 연기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총 8466억원, 93개 규모에 달한다. 앞서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일 재간접으로 형태로 투자된 사모채권펀드(3839억원, 37개), 메자닌 펀드(2191억원, 18개) 등 총 6030억원, 55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들 환매중단 펀드는 모두 모(母) 펀드에 재간접 형태로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인 셈이다.



원 대표는 "그 동안 펀드의 조기상환과 유동화를 통해 펀드 환매에 대응했다"며 "우량자산 선 매각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와 자금사정 압박 풍문으로 인한 투자 상황 악영향 우려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라임의 펀드 환매중단 규모가 최대 1조3300억원 이상에 달해 추가 환매중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 대표는 "현재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포함해 전체 환매 연기 금액 범위는 1조1593억원에서 1조3363억원"이라고 했다. 환매중단 대상 펀드의 상환이 몰려 있는 올 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추가 환매중단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매중단 펀드의 상환 시기와 규모도 불투명하다.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펀드 상환을 시작해 내년말까지 최대 70%까지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모사채 펀드와 메자닌 펀드는 내년 연말까지는 70%까지 상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무역펀드의 경우 상환이 가장 장기간이 걸리는 펀드"라며 "손실에 대한 30% 구조화 방법 때문에 60%는 2년8개월 후, 나머지 40%는 4년8개월 후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드리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겹악재에 유동성 문제 장기화 우려=일각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최대한 내년 말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지난 7월 이후 라임의 메자닌 편법 거래 의혹 등 악재가 불거진 탓에 유동성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악재가 겹치며 높은 수익률로 몸집을 1조3300억원 규모로 불린 사모채권과 메자닌, 무역금융 펀드의 투자자산 가치가 급락, 자산 매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매중단 펀드가 신용도가 낮거나 규모가 적은 중소, 중견기업 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라임의 메자닌 펀드다. 메자닌 펀드의 경우 투자자산인 메자닌이 주가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크게 떨어지면 시장가치가 급락해 유동화가 쉽지 않다. 여기에 라임의 메자닌 펀드는 신용도가 BBB- 이하이거나 중소, 중견기업 채권 비중이 최소 50% 이상을 차지해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라임의 메자닌 펀드는 앞서 지난 7월부터 코스닥 상장사나 비상장사 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편법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8월부터 이달초까지 금융감독원의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 라임이 투자한 메자닌 투자기업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악재가 불거지면서 라임의 메자닌 펀드 유동화에 차질이 빚어졌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주가 상승기에는 주식으로 전환, 그만큼 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주가 급락시에는 손실위험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감원, TRS 계약 증권사 등 조사 전방위 확대= 금감원은 지난 10~11일 양일간 라임운용과 TRS 계약을 대규모로 맺은 KB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말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라임운용과의 TRS 계약 역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임운용과 유사한 전략을 써온 타 사모펀드 운용사 역시 금감원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은 최근 라임운용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금액이 수천억원대로 불어나자 라임운용에 ‘환매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비슷한 전략을 쓰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에 대한 유동성 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첫 번째가 유동성 부족 탓이고, 두 번째는 TRS 거래를 통해 감당할 수 없는 만큼 판을 키운 것이 문제”라며 “라임처럼 TRS 계약으로 규모를 벌린 회사들에 대해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