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겠다"고 돌연 밝혔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지 약 3시간만에 장관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셈이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조 장관은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면서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3개청에만 특별수사부를 남기고 수사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다음달 15일 국무회의 의결 후 즉시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수사중'인 사건은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 13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검찰개혁방안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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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8일에는 취임 한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특수부 수사를 최소화하고 인권존중의 수사관행을 확립하기 위한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면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데 대해서는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부인 정씨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조 장관은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장관은 "저의 쓰임은 다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