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동킥보드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

머니투데이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2019.10.1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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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사진=보험연구원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사진=보험연구원


최근 전동킥보드 사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한남대교에서 연쇄 추돌사고를 야기하고 도주해 물의를 빚었고, 9월에는 전동킥보드 충전 중 화재로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도 규제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동킥보드 관련 제도 정비의 출발점은 전동킥보드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인가, 자동차인가. 자전거, 전기자전거, 원동기장치자전거, 이륜자동차, 자동차 등 기존의 다양한 이동수단의 스펙트럼 중 전동킥보드는 어디에 위치하는 것일까.



전기자전거와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중간쯤이라면 현재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자동차로 규율되고 있는데 전동킥보드는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까. 간단한 듯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답을 찾아야 제도 개선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독일에서는 전동킥보드에 관한 특별 규정인 ‘소형전기차의 도로교통참여에 관한 규정(Elektrokleinstfahrzeuge-Verordnung: eKFV)’이 시행되었다. eKFV는 전동킥보드가 운행방법 측면에서는 자전거에, 안전기준 및 사고책임 측면에서는 자동차에 가깝다고 전제하고 있다.



즉 운행방법과 관련해서는 운전면허를 요구하지 않고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등 자전거와 유사하게 규제한다. 반면 전동킥보드도 형식승인을 받도록 하고 자동차의무보험법에서 정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자동차에 적용되는 안전기준 및 사고책임 관련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독일 eKFV 규정 취지를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통행방법 측면에서는 자전거로, 안전기준을 규제하는 자동차관리법, 사고책임을 규제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측면에서는 자동차로 보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일관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전동킥보드의 특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규제방안일 수도 있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인가 자동차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사실 전동킥보드는 자전거도 자동차도 아닌 새로운 이동수단이다. 따라서 자전거나 자동차에 관한 기존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전동킥보드의 효용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이나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동킥보드 이용이 더 확산되면 지금 우리가 자동차나 자전거의 법적 성격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는 것처럼 언젠가는 전동킥보드를 그 자체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장기화될 수 도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서도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나 화재 등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할 것이므로 현행 제도 하에서 전동킥보드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고민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에 보다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인명사고에 대한 대응방안이 선제적으로 도입돼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신뢰도와 수용성도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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