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으로 안돼" 非게임 눈돌리는 게임사들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0.1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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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정체·규제 등 불확실성 높아지는 게임 사업…문어발식 사업 확장 우려도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지분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게임산업의 암울한 현실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게임 산업 안팎의 불안요인이 커 신사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만으로 안돼"…발길 돌리는 게임사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지분매각 본입찰에 참여했고, 매각 주관사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게임업계에 비 게임 사업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게임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AI(인공지능)를 차기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원천기술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이다. AI 센터와 NLP(자연어 처리)센터는 김택진 대표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스푼즈, 투턱곰 등 캐릭터 브랜드를 출시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IP(지식재산권)와 콘텐츠,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레진엔터테인먼트를 비롯 그외 드론제조업체 바이로봇·유비파이 등에도 투자했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도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M&A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혀 추가적으로 신사업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게임을 모태사업으로 출발한 NHN 역시 다년간 비 게임분야 M&A를 추진해 왔다. 2014년부터 DB 보안 솔루션 전문업체 '피앤피시큐어'를 시작으로 'NHN티켓링크(옛 티켓링크)', 온라인 쇼핑 솔루션 기업 'NHN고도(옛 고도소프트)', 전자결제 전문업체 'NHN한국사이버결제(옛 한국사이버결제)', NHN벅스(옛 네오위즈인터넷)를 비롯해 지난해 '여행박사'도 인수했다. 올해도 '토스트'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결제와 광고, 이커머스 등 비게임부문 매출이 65.9%로 게임 매출 비중을 크게 앞질렀다.

올초 넥슨을 매물로 내놨다 철회한 김정주 NXC 대표도 일찌감치 비게임 사업 투자를 단행해왔다. 코빗, 비트스탬프, 타고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뿐 아니라 유모차 스토케, 레고거래 브릭링크 등에 투자했다.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가 이미 오래 전부터 게임산업에 대해 회의론을 갖고 회사 매각를 염두에 뒀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성장정체·규제 등 불확실성 타계안…문어발식 확장 우려도=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해 넷마블측이 밝힌 명분은 구독경제 신사업 진출이다. 고속 성장 중인 실물 구독경제에서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T기술과 운영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업계에선 게임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게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시장의 성장세는 큰 폭으로 떨어지며 정체기를 걷고 있고 PC온라인 게임은 마이너스 성장세다. 여기에 각종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16년 4조3301억원, 2017년 6조2102억원, 2018년에는 6조6946억원(추정치)으로 2016~2017년 사이 43.4% 성장률을 기록했던 고공행진 규모가 지난해 7.8%대로 급락했다. 2020년부터는 5% 미만의 성장률로 정체기에 들어설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등으로 인해 게임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지고, 규제 완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비 게임사업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폐지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고,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WHO는 게임장애를 질병 코드로 도입하기로 했다. 질병코드 등록이 이뤄지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발 기간이 2~3년 이상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흥행 가능성은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신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해야 게임 개발에 재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게임과 융합하기 쉽고 기존 개발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는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IT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앞으로도 투자가 더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신사업 계열사 중에서는 적자를 기록하는 사업도 상당수"라며 "무리한 사업 확장은 경영난,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의 정체성에 맞는 전문 분야를 키우기 위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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