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사태' 건보공단-제약업계 소송전으로 번지나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2019.10.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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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구상금 청구에 30여개 제약사 공동소송 준비…지난주 대형 법무법인 설명회 진행

판사봉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판사봉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발암추정 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하 NDMA) 검출로 불거진 '발사르탄 사태'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업계 간 법정공방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건보공단이 문제가 된 약을 회수·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보 지출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하자 관련 제약사들이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으로부터 발사르탄과 관련 구상금 납부를 고지 받은 69개 제약사 중 30여개사가 공동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지난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법무법인 설명회'을 열었고, 이번 주 내 공동소송을 담당할 법무법인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법무법인 태평양 등 대형 법무법인 4곳이 참여했으며, 각각의 법무법인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소송에 나설지 등을 설명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주 30여개 제약사들은 대형 법무법인을 불러 설명회를 가졌다"면서 "이번 주 중 법무대리인을 최종 선정할 계획인데 현재로써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NDMA라는 물질은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데 정부는 제약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며 "애당초 구상금액이 1000만원 이하인 제약사들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을려고 했지만, 위궤양치료제 라니티딘 사건이 터지면서 법적대응 검토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우리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가 방향을 바꿨다"며 "발암물질 검출은 제약사만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구상금 청구가 계속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왔다.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경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26일 69개 제약사에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구상금 납부'를 고지했다. 이는 지난해 7월 고혈압 약 성분 발사르탄에서 NDMA이 검출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시 건보공단은 해당 약 회수와 다른 약으로 교환하는 비용(20억3000만원)을 건보재정으로 부담했다.


건보공단은 외부 법률자문을 검토한 결과, 제조사의 제조물 안전성 결함 문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받았고 69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구상금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69개 제약사 중 1억원 이상 청구된 곳은 총 6개사로 대원제약(2억2275만원), 한국휴텍스제약(1억8050만원), LG화학(1억5983만원), 한림제약(1억4002만원), JW중외제약(1억2088만원), 한국콜마 (50,500원 ▲1,750 +3.59%)(1억314만원) 등이다. 이들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전체 청구액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11일 현재 구상금을 납부한 제약사는 69개 제약사 중 16개사(23.2%), 총 납부금액 1억원(4.8%)에 불과했다. 특히 1억원 이상 청구된 제약사들 대부분은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측은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제약사를 상대로 독촉고지를 하고, 최종 미납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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