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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후보 유시민은 왜 멧돼지를 때려잡자 했나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10.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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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예비후보 시절 "특전사 동원해 멧돼지 소탕" 공약 제시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와 폐사체 시료 채취(하단 오른쪽)를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환경부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와 폐사체 시료 채취(하단 오른쪽)를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환경부




야생 멧돼지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최근 야생 멧돼지에서 잇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개체 수는 5마리. 이 중 한 마리는 살아있던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양성 확진 멧돼지가 나오자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멧돼지 제로(Zero)화' 추진하기로 했다. 강원도 철원·연천 내 일부 지역을 '집중사냥지역'으로 설정, 총기를 이용한 야생멧돼지 포획을 허용한 것.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초유의 대책을 꺼내 든 것이다.

정부의 '멧돼지 제로화'가 추진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과거 내놓은 '멧돼지 공약'도 재조명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20여년 전 대선예비후보 시절 "특전사를 동원해 멧돼지를 소탕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야생 멧돼지, 민관군 저격요원 동원해 멧돼지 사살한다


14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 민통선 내 군부대에서 신고한 멧돼지 폐사체 2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경기 연천군 왕징면 강서리에서 살아있는 채로 발견된 멧돼지 1마리와 철원군 원남면 진현리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1마리에서도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야생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 2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 1마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전까지는 사육 돼지에서만 바이러스가 나왔다.

14일 오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거점소독시설에서 일반차량들이 소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14일 오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거점소독시설에서 일반차량들이 소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야생 멧돼지 5마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환경부‧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긴급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감염위험지역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 등 4개 관리지역으로 구분해 야생 멧돼지 포획에 나선다. 철원·연천 지역 중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역은 감염위험지역으로 설정한다. 반경 5㎢ 이내는 감염지역, 30㎢는 위험지역, 300㎢는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한다.

위험지역에는 포획틀(10개)과 포획트랩(120개) 등을 설치해 멧돼지를 잡아들일 계획이다. 집중사냥지역은 멧돼지 이동저지방안을 마련해 총기를 사용한 포획도 바로 시행한다. 민간 엽사가 동원되며 민통선의 경우 군 저격수가 작전에 투입된다. 감염위험지역 테두리에는 철책을 에워싸 멧돼지 이동을 차단할 예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강화·김포·파주·연천·철원 등 5개 시·군은 '발생지역'으로, 고양·양주·포천·동두천·화천 등 인접 5개 시·군은 '완충지역'으로 설정한다. 발생·완충지역에서는 총기 포획은 금지하고 이달 말까지 포획틀과 포획트랩을 확대 설치할 방침이다.

북한강을 따라 만들어진 46번 국도 이북의 7개 시·군(경기 남양주·의정부시 및 가평군, 강원 춘천시 및 양구·인제·고성군)은 '경계지역’으로 구분, 멧돼지 전면제거를 목표로 총기를 이용한 집중 포획이 실시된다. 당국은 이를 위해 무료 수렵장과 멧돼지 일제 포획주간을 운영하고 마리당 10만원의 포획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멧돼지 공약' 냈던 당시 유시민 "국민 생명과 안전 위협하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뉴스1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뉴스1
'멧돼지 전면 제거'라는 특단의 조치는 유시민 이사장이 2007년 제시한 '멧돼지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유 이사장은 당시 "농촌 노인들이 멧돼지들의 공격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며 멧돼지 공약을 꺼내 들었다. 그는 "보건의료실태점검 때문에 시골 지역에 가보니까 할머니 한 분이 30분 내내 멧돼지 얘기만 했다"며 "개체 수가 무한정 늘어난 멧돼지의 일부가 민가로 내려와 고구마 밭을 파헤치고 사람을 위협하는 등 실제로 이로 인한 사망사건도 있었다"며 멧돼지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면 특전사를 동원해 멧돼지를 잡게 하겠다"며 "포획량의 10%는 부대에 넘기고 나머지는 도축해 양로원에 주거나 팔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당시 "특전사를 사냥꾼화 시켰다"는 등 공약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유 이사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며 "법을 살펴보니까 환경관련법 등 때문에 멧돼지를 잡기가 어렵게 돼 있어서 대통령이 되면 긴급 명령권을 발동해 특전사 요원을 투입해서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22년간 묻혀 있던 유 이사장의 공약은 군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본격적으로 멧돼지 사살에 나서면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14일 강원 화천군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 방지를 위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 야생멧돼지 사살작전이 시작됐다. 군은 이날 오전 9시50분 '민통선 지역 내 야생멧돼지 포획·사살 작전 진행으로 민통선 출입을 통제하오니 주민들께서는 협조해 달라'는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또 오는 15일부터 경기와 강원 최전방 GOP(일반전초) 철책 이남부터 민통선 이북지역 사이 일부 구간에 야생멧돼지를 사살하기 위한 민관군 통합 저격 요원을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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