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 이젠 편해요"…100일만에 '습관'이 됐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10.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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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에서 '일상'으로…"일본은 한국산 원래 안 쓴다"며 독려 결과

일본제품 불매운동 100일을 맞은 8일 '안입기' 운동의 대표사례인 유니클로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70.1% 급감했다./사진=뉴시스일본제품 불매운동 100일을 맞은 8일 '안입기' 운동의 대표사례인 유니클로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000만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000만원으로 70.1% 급감했다./사진=뉴시스


"그게 벌써 100일 됐어요?"

워킹맘 전은주씨(35)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이어가냐는 물음에 이 같이 반문했다. 전씨는 7월 초, 불매 운동 시작 때부터 기꺼이 참여했다. 당장 청바지 구매부터 시작했다. 즐겨입던 유니클로가 아닌 타사 제품을 선택했고, 주말에 종종 먹던 아사히 맥주도 편의점서 외면했다. 그게 벌써 100일이 됐다고 하자, 전씨는 "처음엔 신경쓰며 일본산을 피해서 샀는데, 이젠 편하다"며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100일만에 '일상'이 됐단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예전엔 "일본 제품을 쓰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피했다면, 이젠 그리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안 쓰게 됐단 얘기다. 습관을 들이는 데엔 SNS 등 온라인상에서의 '독려'와 '공유'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게 예전과 다른 큰 차이점"이라고 일본 불매 운동을 재평가했다.





"일본산 리스트, 다 외웠어요"…습관 된 소비자들
"日불매? 이젠 편해요"…100일만에 '습관'이 됐다
일본 제품을 알게 모르게 써오던 소비자들은 이젠 일상처럼 안 쓰게 됐단 경험담을 털어놨다.

주부 이모씨(45)는 장을 볼 때마다 '노노재팬(nono japan)' 사이트에서 검색을 했었다. 뭐가 일본산 제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다. 처음엔 일본 제품이 생활 속에서 적잖게 많단 사실에 놀랐지만, 그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대부분 외우게 됐다. 이씨는 "이젠 검색하지 않아도 일본 제품은 알아서 안 사게 된다"며 "아예 눈길이 안 가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 김은호씨(39)도 비슷한 사례다. 김씨는 7월 초 일본 불매 운동을 다짐한 뒤 처음 한 달 동안 일본 제품을 모르고 3개나 더 샀다. 안되겠다 싶어 엑셀 파일에 일본 제품을 다 넣어 인쇄한 뒤, 평소에 늘 챙겨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100일이 지난 지금, 김씨는 일본 제품을 불매 운동을 한단 사실조차 인식을 안 하게 됐다. 그는 "유니클로를 안 써도, 아사히를 안 마셔도 아무 상관이 없단 걸 깨닫게 된 덕분인 것 같다"며 "일상이 된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실제 100일이란 시간은 습관을 들이기엔 충분하단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각자 18일에서 254일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66일이 걸린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으로 내재화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러니 그보다 한 달여가 더 지나는 동안, 대부분 소비자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불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비행기·자동차·맥주 모두 '직격탄'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시간에 열린 일본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왼쪽)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베트남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는 붐비고 있다./사진=뉴시스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시간에 열린 일본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왼쪽)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베트남행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는 붐비고 있다./사진=뉴시스
이 같은 불매운동으로 실제 일본 항공업계와 수입차 등이 직접 타격을 입게 됐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곳이 공급 축소를 결정한 일본 노선은 80여개. 티웨이항공이 15개, 대한항공도 14개, 이스타항공 12개, 에어부산 10개 등이다. 지난 9월 일본 노선 여객은 총 135만511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9만1905명)보다 28.4% 줄었다. 지난 8월(20.3%)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의 9월 판매량은 1103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8% 줄어든 수치다.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6월(3946대)과 비교하면 72.1% 급락했다.

일본산 맥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산 맥주는 2009년부터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줄곧 차지했었다. 하지만 지난 7월엔 3위로, 이어 한 달 뒤인 8월엔 13위로 뚝 떨어졌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8월 대비 97% 줄었다.



더 큰 의미는…역사에 대한 '생각'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일본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사진=뉴시스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일본 불매운동을 상징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사진=뉴시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왜곡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단 점이다.

대학생 김지훈씨(24)는 "일본 제품을 안 쓰면서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일일이 찾아보고 공유하는 등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예전엔 3.1절이나 8.15 광복절 등에만 생각했다면, 요즘엔 일상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그게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씨(38)도 "전범 기업 제품을 쓰지 말잔 생각을 하니, 저절로 역사 공부를 하게 됐다"며 "선조들이 가슴 아프게 지킨 나라란 걸 알게 됐고, 그걸 이렇게 쉽게 까먹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단 말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예전 불매운동이 몇몇 시민단체가 먼저 주도했다면, 이번엔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 젊은층들이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욱일기 문제 등에 관심을 더 갖게 됐고 실천운동까지 전개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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