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세타엔진…현대기아차 실적 '주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10.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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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3분기 품질비용 반영, 2018년 4600억·2019년 9000억...미국 검찰 수사 등 불확실성 남아

또 ‘세타 엔진’이 현대·기아자동차 발목을 잡았다. 2년간 '세타 엔진'에 들어간 품질비용만 1조3000억원이 넘는다. 1년 사이 2배가 늘었다. 업계에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 (235,000원 ▲4,000 +1.73%), 기아차 (110,500원 ▼1,700 -1.52%)는 올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세타2 터보 GDi’ 엔진 장착 차량에 대한 품질비용 충당금으로 각각 6000억원, 3000억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돈먹는 세타엔진…현대기아차 실적 '주춤'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및 세타2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2010~2019년형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고객에게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대상 차량만 469만대에 이른다.



또 미국에서 세타2 GDi 엔진 집단 소송 고객에게 화해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보상금 규모는 660억원(충당금 포함). 현대·기아차는 한국 고객에게도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모델 노후화와 고객보호조치 악용사례 등으로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면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한 만큼 향후 세타엔진과 관련한 우발비용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 관련 대규모 품질비용을 쏟아부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에도 품질비용으로 7800억원을 충당금으로 책정했는데, 이중 4600억원이 세타2 엔진 관련 비용이었다. 세타2 엔진 리콜에 2100억원,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설치에 2500억원을 썼다.


돈먹는 세타엔진…현대기아차 실적 '주춤'
1년 사이 46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세타2 엔진 품질 비용이 2배 늘었다. 투입된 비용은 총 1조3600억원에 이른다. 수차례에 걸쳐 세타2 엔진 장착 차량 수백만대가 리콜된 것을 감안하면 관련 비용은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세타2 엔진 논란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가장 큰 소송은 고객과 합의로 해결이 됐지만 아직 미국 내 크고 작은 집단소송 12건(세타2 엔진 포함된 것은 8건)이 남아있다. 또 관련 문제가 세타2 MPI이나 감마 등 다른 엔진으로 확산될 우려도 있다.

또 이번 합의가 미국 검찰 조사와 무관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징벌적 벌금이 나올 수 있다. 미국 검찰은 현대·기아차의 엔진 결함 은폐와 축소에 조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관련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세타2 엔진으로 발생한 인명 피해가 없고, 문제가 일어나는 차량의 연식이 오래됐다는 점은 다행이다. 또 회사가 적극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주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세타2 엔진 문제를 이번 품질 비용으로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미국 외에 다른 지역으로 수출된 세타2 엔진 장착 차량이 남아 있는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막대한 품질비용으로 1조5000억원으로 전망됐던 현대·기아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품질비용을 반영한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4000억원, 기아차가 2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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