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혼부부 특공과 수저 계층론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19.10.1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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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 중견 기업에 입사한 것이 잘못인가요?"

최근 '형평성' 문제가 화두다. 이른바 '금수저' 집안에서 자란 이들이 배경을 활용해 입시나 채용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계속된다. 부동산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청약가점이 낮고 초기 주택구입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공급 형태로 아파트 분양 물량을 늘렸다. 하지만 신청 자격인 소득 기준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이 부부합산 월 702만원(2018년 3인가구 기준)이다. 혼인 7년 이내 신혼부부의 경우 맞벌이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격 기준이 엄격하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맞벌이 신혼부부 58만6000쌍 중 34.8%인 20만4000쌍이 소득 기준에 따라 특공을 신청할 수 없었다.

공급 물량이 한정적이다보니 소득이 더 낮은 계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해한다. 하지만 신청 자격에 소득 기준만 있을뿐 자산에 관해선 제한이 없다는 점이 형평성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당장 월 수입만 낮으면 특별공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외벌이 소득 기준(3인가구 기준, 월 648만원)이 맞벌이에 비해 관대해 둘중 한명이 일을 관둬야할지 고민하는 부부도 늘었다.



신혼부부 특공 제도에 따라 부부 합산 연봉이 7000만원을 넘지 않는 이들이 7억~8억원 가량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대출도 40%로 제한되는 데 4억원 이상의 자금은 어떻게 마련한 것인지 의문이다. 신혼부부 특공 제도에 관해 '부모님 돈 물려받아 일하지 않는 부부는 되고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에 입사한 부부는 안되는 역차별 정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3기 신도시에 3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분양가를 떨어뜨려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통제할 계획이다.

주택 공급 과정에 있어 현재와 같은 비합리적인 자격 기준을 유지한다면 기회는 여전히 금수저, 현금 부자들에게 많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주거복지정책의 목적이 주거안정을 보장해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면 이제 ‘형평성’ 문제를 심도깊게 고민할 때다.


[기자수첩]신혼부부 특공과 수저 계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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