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준비나선 아모레G, 주가는 왜 떨어지나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10.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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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아모레퍼시픽은 주가 부양 기대에 소폭 상승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장녀 민정씨./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장녀 민정씨./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29,750원 ▼700 -2.30%))이 전환상환우선주를 활용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유상증자 대금은 아모레퍼시픽 (142,800원 ▼3,700 -2.53%) 주식 매입에 쓸 예정이다. 전환상환우선주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3세 경영 포석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움직임도 엇갈리고 있다.

11일 오전 11시38분 아모레G는 전일대비 7300원(10.20%) 떨어진 6만4300원을 나타내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 모두 순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시간 3500원(2.41%) 오른 14만8500원을 기록 중이다.



아모레G는 전날 유상증자를 통해 신형우선주(기명식 전환우선주)를 709만2200주, 총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예정 발행가는 2만8200원으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이번 신규 발행되는 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며, 10년후 보통주 1주로 전환 가능하다. 조달된 자금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매입에 쓰고 400억원은 오설록 사업 투자 금액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아모레G는 주가 희석 우려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가 당장은 우선주지만, 10년후에는 보통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장내매수할 것이라는 기대에 상승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아모레G의 유상증자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경영 승계다. 마침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는 지난 1일 학업을 마치고 회사 업무에 복귀했다.

회사 측은 유상증자 목적을 지배구조 강화로 꼽았지만, 그러기엔 지분율 변화가 미미하다. 아모레G가 2000억원을 들여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하더라도 지분 증가율은 2.3%에 그치는 탓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단기부양효과도 적다. 주식 매입기간이 내년 12월까지로 1년 넘게 남았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아모레G의 현금관련자산이 2730억원(현금성자산 1285억원, 금융기관 예치금 1445억원)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라는 방법을 택했다는 점,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가 전환상환우선주라는 점 등도 경영 승계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최근 전환상환우선주는 총수일가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CJ (116,100원 ▼3,900 -3.25%)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환상환우선주가 선호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보통주보다 저렴해 승계시 비용부담이 적다는 점 △일정기간 후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 △우선주인만큼 배당을 많이 받아 경영승계 밑천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아모레G가 발행할 전환상환우선주도 일단은 우선주지만 10년 후에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우선주로 있는 기간에는 높은 배당을 받는다. 올해 배당수익률은 2.5%이고 내년은 2.25%, 2021년부터는 2%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수일가는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 신주인수권을 양도할 수 있게 설정했는데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씨는 향후 약 3.4%의 아모레G 지분을 추가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전환우선주를 통해 서민정씨의 지분을 늘린 사례가 있다. 2006년 아모레퍼시픽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아모레G2우B를 발행,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해당 우선주는 지난 2016년 보통주로 전환됐고, 이에 서씨는 아모레G 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지배구조 강화이든, 승계이든, 주가 부양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실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월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한데 이어 오는 12월 아모레G가 2000억원 규모로 주식을 취득하면 아모레퍼시픽 주가 안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2월 자사주 매입단가보다 현 주가가 더 낮아지는 등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개선되려면 실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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