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공격' 터키, UN안보리 나서자 "유럽에 난민 푼다" 으름장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0.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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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난 시, 유럽에 난민 360만명 풀겠다"… 러시아·시리아는 '미군' 개입 견제

10일(현지시간) 시리아 텔아비야드에 터키군이 공습을 강행하면서 도시가 연기에 휩싸였다/사진=로이터10일(현지시간) 시리아 텔아비야드에 터키군이 공습을 강행하면서 도시가 연기에 휩싸였다/사진=로이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0일(현지시간) 터키에 시리아 쿠르드족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러시아가 서명에 반대하고, 미국이 미지근하게 행동하면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폴란드 등 5개국은 전날 터키가 쿠르드족 거주 지역인 시리아 북동부에 군사작전을 강행하자 안보리 비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5개국은 "터키의 군사행동이 시리아에 남은 수니파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 잔당 소탕을 방해한다"며 "터키는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동성명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실리 네벤챠 러시아 유엔 대사는 "시리아 위기의 다른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시리아 주둔 미군을 겨냥해 "시리아 내 불법적인 군사력 역시 즉각 종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명 작성에 참여했으나 채택에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비공개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에 군사공격을 감행한 터키의 결정은 어떤 식으로든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충분히 전했다"며 전날 내놨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리가 움직이자 터키는 자국이 수용하고 있는 난민을 거론하면서 유럽 국가들을 위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간 터키 대통령은 소속 정당 AK와 가진 연설에서 "유럽연합 국가들은 진정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평화의 샘' 작전을 침공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는 문을 개방해 난민 360만명을 유럽으로 보내겠다"고 발언했다. 유럽 국가들이 난민 문제에 민감한 점을 이용해 터키가 강경하게 대응한 것이다.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국경 5킬로미터(㎞) 내에도 45만여 난민이 살고 있다. 군이 이 지역을 공습해 쿠르드인을 포함한 거주민을 밀어내면 또 다른 '난민 대란'도 우려된다.

공동성명마저 채택되지 못한 현재, 쿠르드족을 적극적으로 도울 주체는 없는 상황이다. 시리아 내 IS 소탕을 위해 쿠르드를 지원했던 미국이 군을 철수시키면서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가능케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등 압박 안을 거론하곤 있지만 미군 철수를 취소하거나 쿠르드인 안전을 보장하는 이렇다 할 대책은 없다.


미국뿐 아니라 IS를 상대로 장기 내전을 치르는 동안 쿠르드와 긴밀히 협력했던 시리아 정부마저 쿠르드에 등을 돌렸다. 미국과는 다른 이유에서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현 정권은 친 러시아 성향으로, 미국 정부에 적대적이다. 이날 파이잘 마크다드 시리아 외무부 차관은 쿠르드족이 "국가를 배신하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군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조직과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을 것이고, 시리아 영토에는 미군이 발 디딜 곳은 없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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