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배터리 1등인데 노벨상은 일본이…원천기술 뭐길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10.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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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술 세계 최고수준 韓배터리 日노벨상에 '원천기술 중요성' 재확인

올해 노벨화학상은 오른쪽부터 존 굿이너프,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 등 3인이 공동 수상했다./사진=뉴시스올해 노벨화학상은 오른쪽부터 존 굿이너프,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 등 3인이 공동 수상했다./사진=뉴시스


일본의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은 한국 배터리업계에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워줬다. 집중적 투자로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상용 기술을 갖춘 한국이지만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원천기술 부문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점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강국'이다. SK이노베이션 (116,400원 ▼2,000 -1.69%)LG화학 (438,500원 ▼1,500 -0.34%), 삼성SDI (468,000원 ▼9,500 -1.99%)가 생산 뿐 아니라 기술 부문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한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 등 세계를 주름잡는 업체가 자사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를 채택한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경쟁력인 '주행가능 거리'에서 이는 확인된다.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으며 현재 개발속도라면 2023년에는 700km 이상 가는 제품도 가장 빨리 내놓을 전망이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1회 연료 주입 시 주행 가능 거리는 통상 600~700km 정도.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의 1회 주유시 최대 주행거리를 달리게 되는 날이 오는 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인 양극재 구성 물질을 최적화하는 기술에서도 한국이 앞섰다.

배터리 출력에 관여하는 코발트 가격 급등으로 한국 3사는 'NCM811'(니켈, 코발트, 망간 비중 8:1:1 양극재) 타입 채택에 발빠르게 나선 상태다. 지금까지는 'NCM523'(니켈5, 코발트2, 망간3)과 'NCM622'(니켈6, 코발트2, 망간2)을 주로 사용했다.


이 비중을 9(니켈): 0.5(코발트): 0.5(망간)로 최적화하려는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코발트 사용을 줄이면서도 배터리 출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을 주름잡는 이 같은 기술이 '원천기술'은 아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이 일본의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 이유다.

노벨상을 수상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이 최초로 상용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한 것은 1985년이다.

A배터리사 관계자는 "한국이 리튬이온 배터리에 손을 댄 1990년대에는 해당 노벨상 기술의 특허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로열티 부담이 없어)우리로서는 다행이지만,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라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일본에 뒤처진다. 요시노 연구원의 일터인 아사히카세이는 배터리 분리막 세계 1위 업체다. 일본 도레이도 이 부문 세계 3위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이온만 통과시키는 소재다. 분리막에 문제가 생기면 내부 발열 탓에 가스가 만들어지면서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다. 분리막이 핵심 소재인 이유다.

배터리 셀을 감싸 안전하게 보호하는 필름인 파우치와 양극재와 음극재 접착 소재인 바인더도 일본이 세계 최고다. 일본 DNP와 쿠레하는 각각 파우치와 바인더 부문 세계 최고 기술을 갖췄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시작'을 알린 일본이 노벨상을 가져갔지만, 한국도 배터리 부문에서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울 여지는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미래 전기차 시대의 핵심 기술로 평가되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것이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열과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안전성 확보가 숙명인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결국 일본과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토요타, 파나소닉이 정부 지원까지 받아가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3사도 일본에 맞서 전고체 배터리를 선행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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