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 뛰어든 진짜 속내는

머니투데이 김지영 기자 2019.10.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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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력 결합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 선점?…불확실성 커진 게임 시장, 안전담보 확보 '절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6일 서울 신도림 쉐라톤 호텔에서 진행된 '제4회 NTP'에 참석해 미래 비전 및 경영 전략을 밝히고 있다. / 사진제공=넷마블게임즈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6일 서울 신도림 쉐라톤 호텔에서 진행된 '제4회 NTP'에 참석해 미래 비전 및 경영 전략을 밝히고 있다. / 사진제공=넷마블게임즈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게임업계에서 예상치 못한 깜짝 행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굴지의 게임 회사가 정수기 임대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넷마블이 공개적으로 밝힌 인수 추진 배경은 이렇다. “게임사업에서 확보한 IT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겠다.” 웅진코웨이 인수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구독경제, 스마트홈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최근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 중인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도 시너지를 노리겠다는 취지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품을 경우 이동통신사들과 손잡고 스마트홈 인프라 선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임 개발 인프라를 활용해 ‘뜨는’ 구독경제, ‘뜨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선점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웅장한 청사진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속내가 있다. 업계에선 게임 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전언이다. 게임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사명을 넷마블게임즈에서 넷마블로 바꿨다.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음원 등을 추가,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지난해 4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25.71%를 2014억원에 사들여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방 의장은 올 초 매물로 나온 넥슨 인수를 추진하면서도 비게임 산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NXC 대표가 올초 넥슨을 매물로 내놨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넥슨을 매물로 내놓기 전 지속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단행해왔다. 코빗, 비트스탬프, 타고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뿐 아니라 유모차 스토케, 레고거래 브릭링크 등에 투자했다.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가 이미 오래 전부터 게임산업에 대해 회의론을 갖고 회사 매각를 염두에 뒀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넥슨 매각은 무산됐다. 10조원 넘는 가격표에 비해 성장성에 물음표가 찍혔기 때문이다.

한게임에서 출발한 NHN은 일찌감치 게임을 비주력 분야로 분류했다. 이준호 NHN 회장은 2013년 네이버와 분사 직후 간편결제, 클라우드 등 IT 기술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 3월에는 사명을 NHN엔터테인먼트에서 NHN으로 바꿨다. 향후 게임 비중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최근 게임사들의 비(非) 게임 사업 행보들이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각종 규제와 질병코드 논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서비스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대박’ 게임 하나로 영위하던 과거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선 중소 개발사는 물론 대형 게임사들 역시 신작 부재, 흥행 실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경영 환경도 달라졌다. 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새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각종 규제도 여전하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렇지만 게임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4차산업혁명시대로 전환기에 게임은 개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산업이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을 통한 차세대 게임 개발, 플랫폼 다양화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 e스포츠 문화 확산 등 게임 신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선점이 절실하다. 게임사들의 비게임 행보가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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