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김은령 기자, 양성희 기자, 이강준 기자, 김태현 기자, 이건희 기자, 유승목 기자, 이영민 기자, 김세관 기자, 권화순 기자 2019.10.11 04:30
글자크기

[日수출규제 100일](종합)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보이콧 재팬, 지소미아 종료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두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승자 없는 한일 경제전쟁, 탈출구는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국산화 앞당긴 日보복..반·디업계 脫일본 가속화
[日수출규제 100일]핵심소재 3종 국산화·수입선 다변화 성과 가시화..日공급선 회복도 필요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도 사실입니다."



석달전 일본이 무역보복 조치에 나선 이후 초비상이 걸렸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역설적으로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체질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 규제 타깃이 된 △불화수소(에칭가스·불산액)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플루오린(불화)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 3종에 대해선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간 개별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에칭가스(기체상태 고순도 불화수소) 3건 △포토레지스트(감광재)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등 총 7건에 불과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에 매달 2000톤 이상을 일본에서 들여왔던 액체상태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액)의 경우 수출 승인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만큼 재고가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재 마련에 탄력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48,550원 상승350 -0.7%)와 SK하이닉스 (79,000원 상승1900 -2.4%)는 일단 솔브레인 등이 생산하는 국산 불산액에 대해 품질 테스트를 마치고 일부 민감도가 낮은 생산 공정과 라인에 투입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대만 등에서 수입한 불산액에 대해서도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산 불화수소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LG디스플레이 (14,050원 상승500 3.7%)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불화수소 국산화 테스트를 끝내고 양산라인에 본격 투입한 것. 사용량은 반도체 양산라인과 비교할 경우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주로 연구·개발(R&D)용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필요 물량이 많지 않은 거승로 전해졌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이 양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국산화가 마무리된 단계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도 벨기에 등을 통해 일본산을 우회 수입하는 방안을 찾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탈(脫)일본화'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이) 물건을 안 팔면 다른데서 구해와야 하는데 핵심적인 부품은 글로벌 공급망이 부서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고 우리 고객들과 그 뒤에 있는 고객들에게도 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10일 "일본 공급업체와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대안 모색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단기간에 완전한 국산화를 실현하긴 어려운 만큼 한·일 갈등 해소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선 회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볼펜부터 자동차까지 'NO 재팬' 100일…앞으로의 길은?
[日수출규제 100일]자발적 불매운동 확산에 유니클로·일본맥주 등 직격탄 맞고 일본여행 급감....100일 지나며 불매운동 피로감 나타나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00일째를 맞았다. 국내 SPA 1위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한때 매출이 70% 이상 감소할 만큼 직격탄을 맞았고, 10년 넘게 수입맥주 1위를 달렸던 일본맥주는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여행 취소가 이어지고 신규 수요가 뚝 끊기며 여행업계 판도가 흔들렸다. 그야말로 유례없는 불매운동의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애먼 피해도 나타났고 '유파라치'로 일컬어지는 과열된 불매운동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볼펜부터 자동차까지…전방위 불매운동 '100일의 결과'=9일 대표적인 일본 불매운동 관련 사이트인 노노재팬에는 281개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으로 나와있다. 펜, 음료수, 화장품 등 소비재부터 예초기, 콤바인 등 산업재나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일본 브랜드가 나열돼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경 100여개에 불과했던 불매운동 리스트는 3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판매량이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일본 맥주로 지난 9월 일본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약700만원)으로 전년대비 99.9% 감소했다. 국가별 수입 순위도 1위에서 28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맥주 수입국가 뿐 아니라 수입이 거의 없는 사이프러스, 터키, 슬로바키아에도 뒤진 수치다. 일본 맥주는 2009년 이후 1위자리를 한번도 내준 적이 없다가 지난 7월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3위로 밀렸고 8월엔 13위까지 내려온 바 있다.

단일 브랜드로는 유니클로가 대표적이다. 유니클로는 지난 7월 매출이 70%나 떨어진 바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일본 브랜드로 여겨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는 일본 현지 자회사인 'DHC텔레비전'이 극우 인사들을 출연시키고 혐한 발언을 내보낸 것이 알려지며 불매운동 집중 대상이 됐다. DHC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주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등과 온라인 쇼핑몰 등이 DHC제품을 판매 중지하는 등 퇴출 수순을 밟았다.

◇지나친 불매운동 강요에 피로감 높아져…앞으로 가야할 길은?=장기간 불매운동이 지속되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나타나며 다른 목소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일식집 등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꺼리거나 일본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등의 과열 양상이 나타나기도 해서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유니클로 현황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며 '유파라치'라는 말까지 생기기도 했다. 또, 일본 차량에 대한 테러나 품질을 위해 일본 식재료를 일부 사용하는 제품들을 매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이고 체계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해 왔고 장기간 일관된 불매운동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보다 합리적인 선택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초기 일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이 앞서고 불매운동에 대한 과열이 이어지면서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도 생겼다"며 "대부분은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정정이 됐지만 한번 타격을 받은 이미지는 회복하기 쉽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은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며 강도는 약해지고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탑텐·스파오' 입고 '카스·테라' 마신다
[日수출규제 100일]토종 브랜드 '대체품'으로 급부상…모방, 애국 마케팅 피로감도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불이 붙으면서 토종 브랜드는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로 탑텐, 스파오가 부상했고 맥주 강자 아사히의 자리는 카스, 테라가 꿰찼다. 토종 브랜드 경쟁력을 두고는 '재발견'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친 모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와 콘셉트가 비슷한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탑텐, 스파오는 불매운동 기간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 힘입어 탑텐은 플리스 등 가을·겨울 물량을 5배 늘리기도 했다. 스파오도 발열내의 생산량을 240% 늘려 잡았다.

특히 신성통상 탑텐은 이나영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기세를 몰아갔다. 이나영은 과거 유니클로 모델로 활동하면서 대표제품 '히트텍'을 유행시킨 인물이다. 이나영 모델 효과는 즉각 드러났다. 여성 고객 비중이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제품 판매 성적도 두드러졌다. 발열내의 '온에어'의 경우 9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대비 600% 늘었고 플리스 매출도 같은기간 450% 증가했다. 리얼구스 제품도 450% 신장률을 보였다. '애국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한 '광복절 티셔츠'는 7월 첫 출시, 8월에 리오더(재주문) 출시됐는데 두달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 스파오의 사정도 비슷하다. 7~8월 기능성 내의 '쿨테크'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300% 늘었고 9월엔 슬랙스 '데일리지 팬츠' 매출이 전년과 비교했을 때 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 호조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졌다. 플리스 매출은 이달 들어 전년보다 115% 늘었다. 매장 평균 고객 수는 30% 이상 증가했다.

이랜드월드 슈즈 편집숍 '폴더'는 ABC마트의 대체 브랜드로 관심을 모았다. 7~8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5% 늘었고 지난달 역시 20% 신장률을 달성했다. 폴더 신촌점은 지난달 복합 문화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해 '폴더 하이라이트'로 재탄생하며 고객을 모았다. 폴더 고객 수도 전체적으로 15% 이상 늘었다.

토종 브랜드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녀공장 클렌징 오일은 '혐한 방송'으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DHC의 대체 제품으로 부상해 7~10월 올리브영에서의 매출이 288% 급증했다. DHC의 경우 올리브영 매장 진열에서 대부분 빠진 상태다. 두 제품 모두 노란병에 담겼고 보습력이 뛰어난 유사점이 있다.

국산 맥주 역시 반사이익을 누렸다. A편의점에서는 8~9월 국산 맥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9.6% 늘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보다 8~9월 들어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 7월 대비 8~9월 매출은 1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9월 캔맥주 매출 순위를 살펴봐도 카스가 1위를 차지했고 칭타오(2위), 하이네켄(3위)에 이어 테라가 4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토종 브랜드의 부상과 관련,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빅 플레이어'가 잠식한 시장에서 묵묵하게 키워온 국산 제품의 기술력, 상품력, 서비스 등이 제대로 드러난 기회"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나친 모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탑텐 모델 이나영의 경우 소비자에 여전히 '과거 유니클로 얼굴'로 기억된 인물이고 이랜드가 선보인 '탄성팬츠'는 이름과 콘셉트가 유니클로의 '감탄팬츠'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애국', '토종', '국산'에 호소하는 마케팅도 지나치게 잦아지면서 소비자들에 피로감을 줬다. 특히 유니클로 '에어리즘', '히트텍'을 연상시키는 '온에어', '에어메리', '보디히트', '웜테크' 등 제품의 프로모션 이벤트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애국에 호소하는 얕은 마케팅, 단순한 모방 제품으론 롱런하기 어려운데 예상치 못한 기회에 반사이익을 누리는 데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성희, 이강준 기자

韓소비자 눈치보며 신규매장 여는 '유니클로·ABC마트'
[日수출규제 100일] 유니클로·ABC마트 신규매장 오픈 속속…日 맥주 매출은 급감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절정기가 지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유니클로와 ABC마트가 신규 매장을 내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면 대체품이 많은 맥주의 경우 일본산 제품의 매출 회복이 요원하다.

10일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지난 8월 롯데몰 수지점, 9월 엔터식스 안양역사점과 스타필드시티 부천점 등 3개 매장을 잇따라 새로 열었다. 현재 전체 매장 수는 187개로 불매운동 이전인 6월 말과 동일하다. 불매운동 기간 롯데마트 구리점, 이마트 월계점, AK플라자 구로점 등 3개 매장은 폐점한 데 따른 것이다.

유니클로는 가을·겨울 성수기를 맞아 마케팅 활동도 재개했다.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출구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현재는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50% 할인가에 판매하는 '유니클로 15주년 감사세일'을 진행 중이다.

유니클로 매출은 불매운동이 절정을 맞았던 지난 7월, 전월 대비 70.14%나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이번 시즌 후리스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인 컬렉션, 한층 진화한 니트 등 '유니클로 U'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ABC마트는 지난달 들어 인천논현뉴코아점, 일산웨스턴점 등을 새롭게 열었다. 한양대엔터식스점의 경우 국내 슈즈 멀티숍 최초로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왕십리역과 한양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모객 효과가 뛰어난 곳이다.

패션시장에서 유니클로와 ABC마트는 점유율, 인지도 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일부 회복이 가능했지만 일본산 맥주의 사정은 180도 다르다. 각국 제품이 두루 인기를 끄는 등 대체품이 많은 터라 일본산 맥주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밀려났다.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A편의점에 따르면 일본 맥주는 지난해 전체 수입 맥주에서 3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지만 올해는 그 비중이 8월 2.8%, 9월 1.5%로 급감했다. A편의점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일본 맥주가 벨기에 맥주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는 필리핀 맥주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A편의점이 집계한 8~9월 수입맥주 순위에서 10위권 내에 일본 맥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매운동 이전엔 일본 맥주 '아사히'가 매출 1위를 차지하곤 했다. B편의점도 8~9월 캔맥주 순위를 10위까지 따져봤는데 일본산은 한 제품도 등장하지 않았다. 또 B편의점에선 8~9월 일본 맥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 등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 5개사는 현재까지 해당 행사에 일본 맥주를 제외한 상태다. B편의점 관계자는 "'4캔에 1만원' 행사 등에서 일본 맥주가 빠진 이후에도 특별히 일본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없다"며 "발주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A마트에서의 일본 맥주 매출은 7~9월 달을 거듭할수록 감소세를 보였다. 전년대비 7월 80.4%, 8월 94.2%, 9월 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맥주 수입사들은 발주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 사업이 사실상 스톱된 상태다. 일부 업체들은 직원들의 무급휴가 사용이나 마케팅 활동 중단 등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대부분 향후 세우기보다 상황을 주시하는 상태다. 부동의 수입맥주 1위였던 아사히와 오키나와맥주, 사케 등을 수입해 온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며 "당장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맥주 삿뽀로와 에비수 수입사인 엠즈베버리지는 수입 물량을 줄였다. 기린을 수입하는 하이트진로 역시 발주를 중단했다.

양성희 기자, 이강준 기자, 김은령 기자, 김태현 기자

일본차 점유율 '20%→5%'…판도 바꾼 'NO 재팬'
[日수출규제 100일] 판매량 '4분의1' 수준된 일본차…'8자리 번호판' 변화 효과도 영향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20.4%→5.5%'.

일본의 수출규제로 이뤄진 불매운동 3달 사이에 바뀐 일본차의 수입차 시장 월 판매 점유율이다. 일본차는 지난 6월 점유율 20%를 기록하며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을 거치며 지난달 5%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입차 시장 판도도 바뀌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는 1103대가 판매돼 불매운동 직전인 지난 6월(3946대)보다 판매량이 72.1% 줄었다. 월 4000대에 육박하던 판매량이 3달 만에 4분의1 수준이 된 셈이다.

브랜드별로도 감소세가 나타났다. 지난달 렉서스는 지난 6월(1302대) 판매량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인 469대를 판매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8372대를 판매하며 질주한 것을 고려하면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다만 렉서스는 상반기 누적 판매 덕택에 올해 1~9월 총 1만426대를 판매했다. 독일차인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어 3번째로 올해 수입차 '1만대 클럽'에 가입했다. 업계에선 ES300h 모델 등을 내세운 렉서스 외에는 수입차 시장 하이브리드차 부문 대안이 크게 없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브랜드는 눈에 띄게 부진했다. 토요타는 지난달 374대를 판매해 지난 6월(1384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73% 감소했다. 지난 6월 801대를 판매한 혼다도 지난달에는 166대를 판매해 불매운동 직격타를 맞았다.

닛산은 불매운동 전에도 있었던 판매량 부진이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지난 6월 284대를 판매한 닛산은 지난 8월 58대, 지난달엔 4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닛산의 지난달 차량 판매 숫자는 수입차협회가 공개한 23개 브랜드 판매량 중 20위 수준이다. 닛산 소속 인피니티는 48대를 팔아 19위였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34대)와 비슷한 판매량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본차 불매운동은 지난달 1일부터 도입된 '8자리 번호판'으로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8자리 번호판이 붙은 일본차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구매를 결정된 차라는 해석이 따르는 것이다. 일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의 사진을 공유하며 구매를 비판하는 글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처럼 일본차의 몰락으로 올해 수입차 시장 판도도 변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 '톱5'를 모두 유럽차가 채웠다. 1위를 차지한 벤츠(7707대)에 이어 △BMW(4249대) △아우디(1996대) △미니(1031대) △볼보(996대) 순이다.

특히 독일차가 반사이익을 봤다. 지난달 독일차의 판매량은 1만4297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7% 늘었다. 지난달 시장 점유율은 70.8%였다. 자연스럽게 수입차 업체의 성공 척도로 가늠되는 '1만대 클럽' 얼굴도 바뀌고 있다.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지난해 1만6774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3위에 오른 토요타는 올해 1만대 클럽 가입도 불투명하게 됐다. 올 1~9월 누적 판매량은 8100대 수준이나 374대였던 지난달 판매량이 유지되거나 더 줄면 1만대 돌파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 사이 볼보·미니·지프 등 중위권 브랜드가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1만대 클럽 가입 청신호를 밝혔다. 3개 브랜드 모두 올 1~9월 기준 7000대 이상을 판매했고, 지난달에는 900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불매운동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독일 일부 브랜드의 신차 효과와 물량 확보, 1만대 클럽에 가입하려는 브랜드들의 노력이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희 기자

"안가요" 100일, 침몰한 일본 관광업계
[日수출규제 100일] 일본 여행수요 급감에 국내 주요 여행사도 '실적 쇼크' 가시화…국내 관광 '반짝 반사이익', 장기적으로 리스크 우려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일본의 수출규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한일 양국 관광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정부에 분노한 우리 국민들의 '일본여행 보이콧'에 일본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 초반 태연한 모습을 보이던 일본 정부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여행산업도 상처를 입었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은 고객 유치에 애를 먹으며 실적쇼크 불안에 떨고 있다. 호텔 등 일부 국내 관광산업은 'NO 재팬'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뚝 끊긴 발길, 일본 관광업계 침몰

지난 100일 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한국인이 급감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7월 방일 한국인 여행객은 전년 동월 대비 7.6% 줄더니 8월에는 무려 48%나 감소했다. 한창 여름 휴가철인 데다, 일본이 지난해 750만 명의 한국인이 찾은 최고 인기 여행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이처럼 전체 방일 관광시장에서 20% 가량을 차지하던 한국시장이 쪼그라들며 일본 관광과 지역경제에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7~8월 양국 관광교류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96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7억 원이나 줄었는데, △숙박업(1188억원 감소) △음식서비스(1019억원 감소) △소매(771억원) 부문의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겠다던 일본의 목표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일본 정부는 피해 상쇄를 위해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의 정책을 펼치며 중국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가 아닌 지역 중소도시 관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일본 관광업계와 주요 언론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여행사도 한숨, "고꾸라지는 실적 어쩌나"

국내 여행산업도 침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피해가 크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8월 일본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7%, 83% 급감했고, 9월에도 75.4%, 90.8% 줄었다. 7말8초 휴가 성수기와 9월 추석연휴 '대목'에도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맥을 추지 못한 것이다. 일본노선이 전체 여행상품에서 30~35%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모두투어는 2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쇼크'를 기록했다. 8~9월 'NO재팬'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3분기 적자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모두투어는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대거 통폐합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용절감에 나섰다. 하나투어 역시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2단계를 선언했다. 아직 구조조정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피해가 지속 쌓이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국내관광, 당장은 괜찮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를 다루는 국내관광 시장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일본여행을 포기한 여행객 일부가 국내로 방향을 선회하며 다소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호캉스(호텔+바캉스) 트렌드와 맞물려 호텔업계가 웃음 지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8월 4, 5성급 특급호텔 객실이용률은 각각 83%, 84.8%로 전년 동월보다 3.6%, 5.8%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가 지난해보다 4.6% 증가하는데 그쳤다. 매달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양새다.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관광산업도 일본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 피해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행업계 지원에 나섰다. 문체부는 지난달 관광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여행사를 위해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실시, 150억 원을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방한 관광시장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화권과 동남아 지역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지속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꼭꼭 숨은 일본브랜드 찾아라"…노노재팬, 여전히 '진화중'
[日수출규제 100일] 사이트 등재된 브랜드수 오픈 3개월여만에 2배 이상 증가…스마트폰 앱까지 출시

/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월 11일 웹개발자 '김병규'씨가 오픈한 사이트 노노재팬(NoNoJapan)이 불매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고도화·전문화되고 있다. 아사히, 유니클로 등 눈에 띄는 브랜드의 대체품을 안내해주는 사이트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앙기, 낚시 용품 등 전문 영역으로 뻗어가고 있는 것.

8일 노노재팬에 따르면 현재 사이트에 등재된 일본 브랜드는 281개다. 지난 7월 31일 132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노노재팬이 다루는 브랜드의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엔 맥주(아사히), 패션(유니클로) 등 대체하기 쉽고 저렴한 가격대의 소매품 브랜드를 주로 업로드했지만, 이제는 자동차(렉서스), 오토바이(혼다) 등 고가 제품들도 사이트에 올라있다.

/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최근엔 낚시 등 취미 용품까지도 대체품이 올라왔다. '메가배스', '데코이' 등 일본 제품은 '하이테나', '잔카' 등으로 대체하길 권하고 있다. 이앙기, 예초기, 트랙터, 콤바인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제품의 브랜드들도 업데이트돼있다.

사이트 방문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종 기술적 업데이트도 이뤄졌다. 지난 7월 24일에 안드로이드 앱이 출시됐고, 그 다음달 23일엔 IOS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앱이 개발됐다. 사이트 메인에는 브랜드 로고를 한 눈에 들어오게 수정했고 누리꾼들끼리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게시판 기능도 추가했다.

현재 노노재팬의 가장 큰 이슈는 '숨은 일본 브랜드' 찾기다. 지분구조와 로열티 지급 여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데 사이트 운영자인 김씨 혼자 감당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노노재팬 측은 이를 인정하고 '살펴보기' 칸을 신설해 일본산인지 논쟁이 일수 있는 제품의 경우 개인들이 직접 판단하게 했지만 이조차도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0일 노노재팬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SK-II'와 '와코루'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 노노재팬은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SK-II'와 '와코루'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사진=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월 20일 노노재팬은 공지문을 통해 와코루, SK-ll 등이 명단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와코루는 전량 100% 국내에서 생산하며 본사에 지급되는 로열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추후에 비슷한 이유로 과자 브랜드 가루비, 패션 브랜드 르꼬끄 등도 명단에서 내려갔다.

이에 누리꾼들은 반감을 나타냈다. 한 누리꾼은 "SK-ll는 생산을 일본에서 하고 또 본래 일본기업이었는데 미국에 넘어갔다고 쓰는건 아닌거 같아요"라고 의견을 남겼다. 다른 누리꾼도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일본으로 돈이 넘어가는데 왜 제외됐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SK-ll는 미국 법인 프록터앤갬블(P&G)이 1991년 일본 맥스팩터사(社)를 인수하면서 모든 브랜드 소유권이 미국 P&G로 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제품이 일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한국으로 제품을 들여올 땐 일본에서 수입해온다.

노노재팬 측은 "지분구조와 로열티 관련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건 감안하고 있다"며 "모든 품목을 대체하자는 게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자는 게 사이트의 취지"라고 밝혔다.

이강준 기자

일본 불매운동 100일 변화 과정보니
[日수출규제 100일] 개별 소비자 자발성·SNS 확장성 동력…전문가들 "냉정한 대응, 당분간 지속될 것"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일본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울산시 남구 한 주점 입구에 '일본산 주류(사케)를 판매해 죄송하며 더 이상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뉴스1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일본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울산시 남구 한 주점 입구에 '일본산 주류(사케)를 판매해 죄송하며 더 이상 일본산 주류를 판매하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뉴스1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기 위한 우리나라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100일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매출 하락과 철수, 일본여행 급감 등 구체적 성과도 나타났다. 과격함은 덜어내고 꾸준함을 무기로 한 불매운동은 외교적 성과를 거둘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다.

불매운동의 동력은 개별 소비자의 자발성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확장성이다. 특정 단체가 주도했던 예전과 달리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개별 소비자의 불매 움직임이 SNS를 통해 사회 운동으로 확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개별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곧바로 실천한 불매운동을 SNS에 공유해 참여를 이끌었다"며 "SNS를 통해 국내를 넘어 해외에 있는 재외동포와 유학생에게까지 불매운동이 퍼진 것도 큰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SNS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참여도 불매 운동 확산에 도화선 역할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선언 직후 '#불매운동'이란 해시태그가 SNS 인스타그램을 가득 채웠다. SNS 이용자들은 '일본행 티켓을 취소했다'거나 '유니클로 옷을 폐기처분했다', '아사히 맥주는 사지도 마시지도 않겠다'며 직접 실천한 불매운동을 공유했다.

불매 대상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퍼질 수 있었다. 불매운동 사이트인 '노노재팬'에는 의류나 맥주, 화장품 등 일상 소비재에서 자동차, 중장비, 낚시, 캐릭터 등 불매운동 대상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제보가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왔다.

일본의 태도는 불매운동의 불씨를 키웠다.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와 화장품 브랜드 DHC 등은 한국 불매운동을 두고 "오래 못 갈 것"이라거나 "금방 식을 것"이라고 밝혀 역풍을 맞았다. 타바타 히로시 일본 관광청 장관도 "한국 여행객 감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혀 우리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번 운동은 '스마트 불매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소비자들은 감정적인 불매운동을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미니스톱'은 100% 일본 기업이지만 이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위해 노노재팬 불매운동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삼성계열 보안업체 에스원도 일본세콤 지분이 있지만 한국지분이 훨씬 많고 우리 근로자 6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노노재팬은 일식집에 대한 설명에 '소상공인 피해 주의'라는 문구를 통해 불매운동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불매운동이 외교적 성과를 거둘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교수는 "처음보다는 열기가 식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요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아직 많은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인지하고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불매운동은 지속될 것"이라며 "모든 제품을 겨냥한 게 아니라 유니클로나 아사히 등 상징적 브랜드나 제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상에 큰 불편함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5G협력, 韓日 냉각기 녹일 훈풍 될까
[日수출규제 100일] 日 통신사들, 韓 5G 장비+서비스 모델 도입 잇따라··향후 수출규모 더 늘 듯

[MT리포트-下] 노재팬 100일…"국산화에 자신감", "불매운동은 계속"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경제교류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지만, 정작 이동통신 분야에선 새로운 협력 바람이 한창이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이 고삐를 죄고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 부문이 대표적이다.

내년 7월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 전 5G 상용화를 준비 중인 일본 통신사들이 국내 통신장비 및 기술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 (233,000원 상승2000 -0.8%)이 최근 일본 제4이동통신사로 선정된 라쿠텐과 5G 네트워크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첫 5G 기술 해외 전수 사례다.

라쿠텐은 지난해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에 이어 제4이동통신 사업권을 취득했다. 자회사 라쿠텐모바일을 통해 조만간 LTE(롱텀에볼루션)로 이통서비스를 시작한다. 5G 상용화는 내년 6월 서비스된다. 양사의 수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라쿠텐은 5G 인프라 구축에 우리돈 약 2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서비스를 처음 시작하는 라쿠텐에게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 설계와 5G 통신품질 최적화 솔루션, 5G 안테나 중계기술 구축 노하우 등을 전수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48,550원 상승350 -0.7%)도 일본 이동통신 2위 업체 KDDI의 5G 장비 공급사로 지난달 선정됐다. 올해부터 5년간 5G 기지국 장비를 공급한다. 정확한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대략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장비가 KDDI에 공급될 것으로 관측했다.

KDDI는 내년 3월 5G 상용화를 시작한다. 설비 투자액만 우리돈 약 4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2021년까지 5G 기지국 1만622개를 설치하고 2023년에는 전국을 커버하는 5만3636개의 기지국을 설치한다는 목표다.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한일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통 영역은 앞으로도 우리의 5G 장비와 기술력이 통하는 시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와 이통사들이 내년 7월 개최되는 올림픽에 앞서 5G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4대 통신사가 5년간 5G에 투자하는 비용은 약 3조엔(약 33조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앞선 노하우가 이제 막 5G 구축을 시작한 일본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통신 관련 중견기업들의 동반 일본 진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동통신 영역에서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호환이 중요하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과 국내에서 협업해 성과를 이룬 중견기업들의 검증된 장비도 호환성을 고려해 현지에서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통신 뿐만 아니라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캐릭터 상품도 한일 관계 휴전 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라인프렌즈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아이엑스의 카카오프렌즈가 일본에 진출해 있다. 한일 관계와 상관없이 8월 좋은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김세관 기자

금융보복? 자금이탈 없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일각에서 일본 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에 유입된 일본 자금은 지난 9월말 기준 △주식 12조7000억원, △채권 1조7000억원, △대출 등 13조6000억원으로 총 28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수출규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6월말 기준 28조2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6월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온 일본 자금은 주식 13조원, 채권 1조6000억원, 대출 등 13조6000억원이었다. 석 달간 일본자금 유출입을 따져 보면 주식 시장에서는 3000억원 순감했으나 채권시장에서는 1000억원 순증했다. 대출 잔액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금융시장의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금융시장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본 자금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발을 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등 일본자금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이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제2금융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서민이나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올라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 역시 '기우'였다. 일본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은 국내 고객에게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재원으로 대출을 하기 때문에 자금 운용상 갑자기 발을 뺄 수 없다.

정부는 설령 일본자금이 이탈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7월말 기준 4031억 달러로 세계 9위인데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이 일본 은행보다 높아 외화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자금 중 일본 자금 비중은 주식시장은 2.28%, 채권시장은 1.32%(9월말 기준)로 크지 않다는 점도 자신감을 보태는 이유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지난 석달여 동안 일본 자금 이탈보다는 일본 수출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역량을 쏟았다. 일본 수출기업의 대출 만기연장, 신규 유동성 공급, 대출보증과 인수합병(M&A) 등 금융지원 종합방안을 마련해 지난달 6일까지 총 5

권화순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