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검찰-언론 유착" vs. 검찰·KBS "사실무근"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19.10.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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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유 이사장, 정경심 PB 인터뷰 전문 공개, 검찰 "수사 방해될 정도로 사실과 달라"…KBS "유출하지 않았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을 통해 검찰과 KBS의 유착 등 검찰 수사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검찰과 KBS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론을 제기했고, 유 이사장은 논란이 된 인터뷰 전문을 공개해 재반론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8일 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20분 가량을 방송에 내보냈고 이와 관련해 진실공방이 오갔다.

검찰 관계자는 10일 유 이사장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사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오보와 연관된다"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 절차를 진행하는데 장애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검찰, 정경심 PB 야간조사는 방송과 무관=검찰은 우선 김 차장의 알릴레오 방송 출연에 대해 보복성으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김 차장 측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했다. 수사 기관에서는 가급적 오전 중 소환을 요청하지만 김 차장 측이 개인 사정으로 오후 7시 이후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7시 30분 쯤부터 오후 11시까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8일 이뤄진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 압수수색 역시 알릴레오 방송이 있기 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뤄진 것일 뿐 특정인의 방송과 관련이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김 차장이 검찰 조사 당시 이미 검찰 측이 알릴레오 방송 녹취록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검찰은 "어떤 경위로 자료를 입수했는지 확인해드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언론사들이 이 녹취록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수사팀을 포함해 검찰에서 해당 녹취록을 특정 언론사에 유출한 적이 없다"며 "해당 녹취록은 변호인이 복수의 언론사에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특정 언론사와의 유착 의혹 등 검찰의 수사 방식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8일 저녁 6시 '알릴레오'에서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 차장 인터뷰 녹취를 공개하며 KBS가 김 차장을 인터뷰하고 해당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KBS 법조팀과 검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유착 의혹이 담긴 발언이다. 그러자 KBS는 당일 9시 뉴스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KBS는 이후 후속 조치로 자사 법조팀을 해당 취재에서 배제하고 특별취재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부갈등도 커졌다.


◇유 이사장, KBS 김차장 취지와 반대로 인터뷰 활용 주장=유 이사장측은 KBS가 김 차장과 인터뷰를 했으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보도했으며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공유했다고 주장했고, KBS는 인터뷰한 내용을 두 개의 기사에 담아 그대로 전했으며 검찰에 사실관계 차 재확인을 했을 뿐 인터뷰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유 이사장은 이 방송에서 "김 차장이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 소개로 KBS 법조팀장이랑 인터뷰를 했는데 진실하게 보도해준다고 해서 했더니 기사는 나오지도 않았고, 직후에 조사받으러 (검사실에) 들어갔다가 검사 컴퓨터 화면을 우연히 봤는데 'KBS랑 인터뷰 했다던데 털어봐',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왔다던데 털어봐' 이런 내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공영방송인 KBS 법조팀장이 중요한 증인 인터뷰를 하고 기사도 안 내보내고 검찰에 내용을 실시간으로 흘리는 게 가능하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KBS 법조팀장과 인터뷰를 해도 완전히 묻히고 심지어 KBS가 자기가 하지 않은 말을 보도하니까 김 차장이 언론을 굉장히 불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는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이 끝난 직후 '뉴스9' 보도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유 이사장의 의혹 제기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유 이사장은 방송 전에 KBS 취재팀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않았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취재원의 인터뷰 내용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정 교수의 자산을 관리해줬다는 김 차장이 사모펀드 초기 투자 과정을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취재에 나섰다"며 " (지난) 9월10일 KBS 인터뷰 룸에서 법조팀 기자 두 명이 김 차장과 1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차장은 인터뷰 직후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 직후 김 씨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KBS는 "또한 조국 장관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정 교수 측에 질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KBS, 인터뷰 기사화…정보유출 안했다=KBS가 인터뷰를 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인터뷰가 진행된 바로 다음날인 9월11일 '9시 뉴스'에 2꼭지(기사 2개)로 보도됐다"고 반박했다.

유 이사장은 KBS측의 해명 자료가 나온 뒤 9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KBS의 해당 보도와 관련해 "인터뷰 기사가 아니다. 그냥 검찰발 기사에 김 차장의 음성 변조된 발언을 원래 맥락에서 잘라서 (사용해), 원래 이야기한 취지와는 정반대로 보도를 하는 데 이용한 것"이라며 "인터뷰한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 인터뷰 기사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차장이 KBS와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차장의 본래 발언 취지와는 완전히 반대로 보도됐다는 것이다.

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며 KBS를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팩트 취재 확인을 왜 꼭 검찰에서 하나. 검사들한테 안 물어보면 기자들은 이것이 팩트일까, 아닐까 판단 못 하나"라며 "피의자가 굉장히 용기를 내서 인터뷰했는데 검찰이 바로 인터뷰했다는 걸 알 수 있게끔 가서 사실관계 재확인을 하나. 저는 그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녹취록 전문 공개하며 반격=KBS가 '수사에 진행 중인 사건 관계자의 증언에 대해선 다른 취재원을 통해 재확인하는 것이 취재 과정'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유 이사장은 "김 차장과 검찰은 피의자 대 검찰로 서로가 대립하는 관계였는데, 그 내용의 사실성 여부를 다시 검찰에 물어봐서 확인한다는 건 취재가 아니다"라고도 주장했다.

KBS는 9일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하지 않은 점을 밝혔으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후속 조치를 하겠다"며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KBS는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 차장의 증언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는지 교차 검증하기 위해 검찰에 일부 사실관계를 재확인했을 뿐 유출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어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인터뷰 전문과 자신의 입장을 올리며 보직 사퇴 의사를 표했고 법조팀 기자들도 잇따라 성명을 냈다.



한편, 알릴레오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인터뷰 부분에 김 차장이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유 이사장이 조 장관 등에 유리한 내용만 편집해서 내보낸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했다.

이에 노무현재단은 이날 인터뷰 녹취록 전문과 함께 이날 오전 11시 48분에 김 차장이 유 이사장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김 차장은 메시지에서 "인터뷰 내용에 대해 후회 없고 언론과 검찰의 시스템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에 만족한다. 편집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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