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보완" 文 메시지…여야 "내 말이 맞지?"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9.10.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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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文's PICK법안]①與 "단위기간 6개월, 법안 처리 시급" VS 野 "하려면 제대로…노사 자율 맡기자"

"탄력근로제 보완" 文 메시지…여야 "내 말이 맞지?"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 시급합니다.”(문재인 대통령, 8일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여야가 ‘동상이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이 6개월 넘게 잠자고 있다며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은 “하려면 제대로 하자”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유연근로제 전반을 노사 자율에 맡기자고 역제안한다.

◇'몰아서 일한만큼 쉬는' 탄력근로제, 출발은 좋았다=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 정책으로 주목 받았다. 여야는 지난해 2월 한 주(7일 기준) 소정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부칙에 명시했다. 연간 2000시간 이상의 ‘과로 사회’와 결별을 시도하면서도, 근로시간 감소와 생산성 저하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안이다.



탄력근로제는 몰아서 일한 만큼 추후 쉬는 제도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 52시간 내에서 특정한 주는 최대 64시간의 근로를 허용한다. 이를테면 한 주 64시간을 일했다면, 다른 주엔 초과된 12시간을 제외한 최대 4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현행 단위기간은 3개월인데, 산술적으로 첫째 주부터 매주 64시간을 채워 일했다면 3개월(13.035주) 중 남은 3주 정도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6개월 VS 1년…'단위 기간' 전쟁 발발=순항하던 탄력근로제 확대는 단위기간을 정하는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정부·여당은 특정기간 노동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현행 3개월인 단위기간을 6개월까지만 늘리자고 제안했다. 단위 기간이 확대되면, 사업장 상황에 따라 연속해서 주 64시간 일하는 기간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앞장섰다. 한 의원은 지난 3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당은 이 때부터 단위기간 6개월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프로젝트 수행 기간 집중 근로가 발생하는 IT(정보통신) 업계와 특정 계절에 수요가 몰리는 에어컨, 정수기, 보일러 업계 등의 목소리를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한 때 한국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한 배경이다. 사실상 상시적 탄력근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성수기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비성수기에는 휴식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文대통령 메시지에 與 "법안 처리 시급" VS 野 "노사 자율에 맡겨야"=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단위기간 6개월’ 안에 경영계의 의사가 반영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2월19일 이같은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한정애 의원은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노사가 갈등하면서도 어렵게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국회가 6개월이 넘도록 아무 일을 안 한다”며 “대통령께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것은 노사 갈등상황을 국회가 내팽겨친다는 염려를 기반으로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전반을 노사 자율에 맡기자고 역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 역시 경제 4단체의 우려를 고려한 것이라며 “하려면 제대로 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물론 현행 1개월로 규정된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함께 늘리자는 설명이다. 선택근로제는 유연 근로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탄력근로제와 ‘쌍둥이 조항’으로 불리나, 연장근로를 포함해 한주 근로시간을 최대 64시간으로 제한하는 탄력근로제와 달리 근로시간 상한선이 없다.

환노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주당 평균 소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은 여야가 합의 처리한 것으로 손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택근로제 확대 등을 촉구하며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경제 여건을 생각하면 방법이 없다. 배고픈데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나”라고 말했다.

◇'급한 불' 끈다…"50~299인 사업장,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검토=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299인 사업장에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도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일정기간 처벌하지 않는 방식이다.

민주당 국정감사 후 당정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한 의원은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에 안착하도록 계도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법은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처벌이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반발은 변수로 지목된다. 민주노총은 과로사와 실질임금 감소 등의 우려로 탄력근로제 확대 자체를 반대하며 지난해 11월 출범한 경사노위에서 일찌감치 이탈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이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보완 입법’은 어렵게 제도화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도를 탄력근로제로 무력화하는 ‘개악 입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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