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발' 투자상품 판매 규제 움직임에 은행권 '긴장'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조준영 기자 2019.10.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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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금융당국 중심으로 규제 논의 '활활'…은행권, 영업 위축·비이자이익 줄까 '속앓이'

'DLF발' 투자상품 판매 규제 움직임에 은행권 '긴장'


정치권과 당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요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규제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20년 넘게 팔아온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가 자칫 중단될 경우 영업 위축과 비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은 증권사가 아닌 은행을 찾는 안정추구형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들이 위험한 파생상품을 팔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잇따라 지적하고 있다.



다만 세부 대책을 놓고선 여야가 엇갈린다. 여당은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단 입장이고, 야당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 '성과 만능주의'에 기인한 무리한 판매에 있다고 본다. 기존 제도의 틀 안에서 보완을 해야 한단 주장이다.

정무위 여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DLF 사태가 이렇게 터졌는데 여당이 그냥 지나칠 순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은행들이 돈벌이를 위해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 관계자는 "은행에서 판매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과도한 포퓰리즘적 조치"라며 "은행의 불완전판매나 인사고과를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태를 손 봐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공'은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다. 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에는 은행의 겸영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세부 업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있다.

금융당국은 정치권과 DLF 피해자는 물론 업계의 의견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 최종 규제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금지보다는 제도 보완 및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 발언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은 위원장이 "청문회 때까지만 해도 사모펀드는 자유롭게 해주는 게 소신이었지만 최근 반복된 악재로 인해 소신만 이야기하기에는 소비자보호 측면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면서다.

이에 따라 최소 옵션매도 등 초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판매는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규제책을 결정하는 건 금융위원장"이라면서도 "최소한 옵션매도 같은 초고위험 상품들에 대해선 은행에서 판매를 못하게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규제책으로는 '펀드리콜제'를 은행권에 도입하자는 주장도 거론된다. 펀드리콜제는 2010년 금융당국이 실시한 펀드 불완전판매 암행 실태조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판매사에서 펀드 판매직원이 불완전판매를 한 경우 펀드에 가입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투자자의 신청에 따라 판매회사에 지불한 수수료를 포함한 투자원금을 돌려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LF 사태는 단순 불완전판매를 넘어 설계부터 제조, 유통과정까지 말도 안 되는 사기행위"라며 "DLF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은행권의 고위험 파생상품에 '펀드리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도 당국이 과도한 제재를 가할 경우 자본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한 은행들로서는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 규제가 달가울 리 없다.

투자 수요를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규제책이 발표되지 않아 뭐라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초저금리 상황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 자칫 고객들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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