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인승 승합차' 카카오T 벤티 vs 타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0.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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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카카오T 벤티' 시연 차량. /사진=뉴스1.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카카오T 벤티' 시연 차량. /사진=뉴스1.


카카오모빌리티가 렌터카 기반 이동수단 ‘타다’를 겨냥한 대형택시 ‘카카오T 벤티’(벤티)를 곧 내놓는다. 타다의 사업 확장 행보가 가로막힐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반격이 시작된다. 정부와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타다 입장에선 여러 위기가 한 번에 닥친 셈이다.



◇출시 초읽기 카카오 대형택시 '벤티', 타다와 어떻게 다르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말 법인택시 100여곳과 협업하는 가맹택시 벤티를 선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출시 일정을 정하지 못했지만, 이달 중순 이후가 될 전망”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벤티는 서비스 지역과 운영방식에서 타다와 거의 유사하다. 벤티는 카니발로 운영되는 타다처럼 스타렉스, 카니발 등 11인승 승합차로 운영된다. 요금제와 배차 방식도 타다와 비슷하다. 승객 골라태우기가 불가능한 ‘강제배차’와 수요에 따라 요금을 조정하는 ‘탄력요금제’를 각각 적용한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높고, 고급 택시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벤티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모빌리티 앱 ‘카카오 T’에서 호출된다. 서비스 커버리지도 유사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 벤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1400여대 규모로 서울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타다 베이직과 서비스 지역이 겹친다.



반면 사업 형태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벤티는 100여곳 법인택시과 협업한 가맹택시 사업이고 타다는 택시업계를 배제한 렌트카 활용 방식이다. 타다와 같이 렌트카를 활용한 방식은 정부가 마련 중인 택시-모빌리티 상생안 내용 중 신규 운송사업자 허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벤티는 타다와 달리 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고, 택시업계와 상생하는 사업모델이다. 향후 타다의 새로운 대체 시장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타다측이 서둘러 공격적인 사업확장 계획을 발표한 이유로 꼽힌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VCNC 본사 앞에서 타다 사업 확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최동수 기자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VCNC 본사 앞에서 타다 사업 확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최동수 기자
◇국토부·택시 '공분' 산 타다의 '마이웨이' 선언= 타다 운영사인 VCNC는 지난 7일 타다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내년까지 차량 1만대, 드라이버 5만명을 확보해 전국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서비스로 벤티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토교통부가 입법 제도화를 추진 중인 택시면허, 기여금 기반 택시-모빌리티 상생안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1만대 증차는 곧 바뀔 제도에선 실현 불가능 공약이기 때문이다. 전국 이용자들의 지지를 끌어올려 국토부 주도의 모빌리티 산업 재편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린 발표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업 확장 실현보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해 자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다.

'11인승 승합차' 카카오T 벤티 vs 타다
그러나 타다의 ‘마이웨이’ 선언은 택시업계와 국토교통부의 공분을 샀다. 국토부는 VCNC 간담회 직후 “타다의 1만대 확장 발표는 그동안 제도화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사회적 갈등을 재현할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예외 규정에 기반한 타다가 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불법으로 규정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가 카풀 사례처럼 타다 근거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택시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타다 사업 확장을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8일 서울 성수동 VCNC 본사 앞 시위보다 참가자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박재욱 VCNC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지금까지 VCNC는 현행 법령에 따라 서비스를 진행해 왔고 앞으로 바뀌게 될 법과 제도를 준수하며 사업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국민편익과 미래 기술을 확장시키는 길에 정부, 국회, 사회 전반의 관계자들과 더 열심히 대화해가겠다”고 밝혔다. 반격 하루 만에 몸을 낮춘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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