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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上] 日규제에 '국산화' 맞대응 100일…일본의 미묘한 변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최경민 기자, 권다희 기자, 한지연 기자, 김하늬 기자, 박경담 기자, 류준영 기자, 김성은 기자 2019.10.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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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100일] (종합)上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보이콧 재팬, 지소미아 종료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두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승자 없는 한일 경제전쟁, 탈출구는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한일 경제전쟁 100일…째깍대는 폭탄




11~12월 소재·부품 공급 차질 따른 경제 악영향 가시화 예상…민간부문서 양국 관계 회복 물꼬 터야

/그림=임종철 디자인기자/그림=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7월4일 일본은 한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심사를 강화하는 것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아베 정부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보상 판결을 내린데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수출간소화 우대국) 지위를 박탈하는 등 보복 수위를 높였다. 한국도 대응에 나섰다. 백색국가 제외와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수 문제 등으르 거론하며 국제적인 여론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문제는 양국간 경색된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소재 공급 '불확실성'이라는 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소재·부품 재고 소진이 본격화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규제 이후 정부는 부랴부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고순도 불화수소 등에서 국산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십년 이어진 일본 기업들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3대 품목보다 더 큰 문제는 공작기계, 철강 등의 분야"라며 "비축해놓은 재고가 부족한 상태에서 당장 국산화해 일본 제품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바라봤다.

아직까지 일본의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비 0.5% 늘어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소매판매 역시 3.9% 늘었다. 설비투자 역시 1.9% 늘었다. 지난달 수출은 447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1.7% 줄었지만 이는 일본의 영향이라기보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단가 하락의 영향이 컸다.

앞으로도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아직 일본의 규제로 인한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교수는 "반도체 소재 규제 당시 국내 기업들이 3개월치 재고를 갖고 있었다"며 "재고가 떨어지는 시점이 돌아오는 11~12월에는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전쟁의 피해는 일본에도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노노 재팬'은 한국 여행객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 지역 소도시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기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8월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일본의 생산유발 감소 규모가 35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 감소액의 9배에 달한다.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30만8700명으로 1년 새 반토막으로 줄었다. 일본 소도시들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한국 수출길이 막힌 일본 기업들도 고통 받기는 매한가지다. 한국 수출이 가로막힌 일본의 소재·부품 기업은 한국기업과의 관계가 영영 끊어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 교수는 "일본이 내수중심 경제라 하지만 지난 5년간 가계 소비가 1000억엔 줄어들 정도로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며 "결국 일본 역시 수출을 늘려야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규제는 자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결국 정치논리로 시작된 수출 규제가 한일 양국의 국민과 기업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 이 때문에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낼 주체는 정치권이 아니라 실질적 피해자인 양국 민간부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양국 중 어느 나라의 피해가 더 크다는 관점보다는 둘 다 피해를 입는다고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에는 지금처럼 문제 제기를 하되 함께 피해를 입고 있는 일본의 기업이나 민간부문에 대한 적대감은 지양하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과의 관계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경제-안보 '레벨업' 노린 靑, "성공적" 자평


文 "지금까지 잘 대처"…靑 "日 변화있어야 협상"

문재인 대통령 지난 6월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문재인 대통령 지난 6월28일 일본 오사카 국제컨벤션센터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는 한일 경제분쟁이 100일 가까이 지속된 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왔다. 양국관계 정상화의 경우 협상의 문을 열어놓되,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구상이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일본에 대해 '강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4일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충분히 버틸만 하다'는 자신감이 깔린 기조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100일을 거론하며 "정부와 기업의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대응, 여기에 국민의 호응까지 한데 모여서 지금까지는 대체로 잘 대처해 왔다"고 평가했다. 극일(克日)과 관련한 성공적인 100일이었다고 자평한 것.

오히려 위기가 곧 기회였다는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수입선 다변화, 기술 자립, 대중소 상생 협력 등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며 "우리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구조의 업그레이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극일'과 관련해 가장 공을 들여온 분야다. 청와대에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두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타격했다"는 인식이 강했다. 물러서면 일본 경제에 대한 종속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비교적 일찍 '강대응' 기조를 확립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100일 동안 전국의 부품소재 기업 및 기술개발 현장을 직접 찾으며 "일본을 넘어서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왔다. 소재·부품·장비 등의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분야의 극일은 단숨에 국정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다음달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런 경제분야의 극일을 국제적 수준의 담론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었다.

안보 분야에서의 업그레이드 역시 힘을 주고 있다. 미국 측 인사들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서는 큰 반응을 안 보이다가, 우리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일제히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청와대에 있었다.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일본 수준으로 높여 한미동맹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일본에 가까운 미국의 정치인들 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일문제에 대한 거론없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찰위성 및 경항모 확보, 차세대 잠수함 구축에 힘을 쏟아 '안보 외부 의존도'를 낮춘다는 구상이다.

협상 여지를 닫지는 않았다.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북한과의 핵협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경제·안보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당장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 연말 추진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일왕 즉위식에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양국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이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다.

중요한 전제는 '일본의 변화'다. 일본이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이 제시한 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위자료 지급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원칙이 분명하다. 먼저 일본 측에 매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측에 줄곧 협상을 하자고 요구한 것은 한국 정부다. 그에 대해 응답이 없었던 것은 일본 정부"라며 "일본 측의 변화가 있어야 협상도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측과 외교·통상라인을 바탕으로 얘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입장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한일 외교장관 매달 만났지만…확인된 간극, 깊어진 갈등


외교채널 소통 유지...핵심 쟁점 강제징용 '접점찾기' 난망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뉴시스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발동 이후 100일간 한일 갈등은 악화일로였다. 외교당국간 소통의 끈은 이어지고 있지만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이견은 그대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다음달 22일까지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갈등 속에서도 3번 만난 한일장관…반전은 없었다= 지난 7월4일 일본의 수출규제 단행 이후 한일 외교장관은 세 차례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갈등 국면임을 감안하면 적잖은 횟수다. 국장급 협의도 사실상 정례적으로 매달 열렸다. 수출당국(산업통상자원부-경제산업성)간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소통 창구가 외교당국 채널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만남에서도 결정적인 반전을 만들진 못했다. 지난 8월2일 일본 각의(국무회의)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 우대국가) 한국 배제 결정 직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이변은 없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8월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고노 다로 당시 일본 외무상(현 방위상)을 만나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은 강행했다. 일본 각의에서 의결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같은 달 7일 관보에 게재됐고 규정에 따라 8월28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지소미아 연장과 종료 결정 시한(8월22일)을 하루 앞두고 한일 외교장관은 중국 베이징에서 다시 만났지만 양측은 평행선을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이튿날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했다.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평행선 재확인’ 반복…‘실질적 진전’ 없지만 ‘열린 외교채널’ 의미=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7일)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도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됐다. 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신임 일본 외무상과 첫 대면했다. 역시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핵심 현안을 둘러싼 간극이 워낙 커 외교당국간 협의만으론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 핵심 이견이자 문제를 풀 열쇠다. 일본은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한다. 한국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1+1 방안’(한일 기업의 기금 조성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판결이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1+1 방안’을 토대로 협의해 보자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한국 정부의 국제법 위반 시정 조치가 먼저라고 맞선다.

한일 외교당국은 대화와 협의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가 사실상 정례화된 것도 양국 모두 외교적 해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1주일 후인 8월29일(서울), 9월20일(도쿄)에서 성사됐다. 이달 말 서울에서 다시 협의의 장이 마련된다.

다만 극적인 갈등 완화의 계기가 뚜렷이 보이지는 않는다. 오는 22일 일왕즉위식에 특사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반전의 계기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22일 지소미아가 종료되고 이르면 연말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압류 등 이행이 잇따르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다희 기자

여야, 극일엔 한 목소리…의원외교부터 입법활동까지


수출규제조치철회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소부장 특별법 연내 처리 추진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이 8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 297인, 재석 228인, 찬성 228인, 반대 0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이 8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재적 297인, 재석 228인, 찬성 228인, 반대 0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대응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여야는 모처럼 한 목소리로 의원외교와 대외 여론전을 펼쳤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 정부와 함께 관련 입법에 힘을 쏟았다. 특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에 당력을 집중했다.

◇각 당 일본대응특위 발족…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4일만인 지난 7월8일, 민주당은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발족 10여일 후엔 비판 강도를 더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명칭을 '보복'에서 '침략'으로 바꿨다. 최재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분과를 나누고 수시로 회의를 개최했다. 특위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내 기업에 미칠 피해를 예측하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의 대비책을 논의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같은 달 24일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진석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여야 5당은 초당적 기구인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 협의회'도 출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7월18일 청와대 회동에서 '정부와 여야는 범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한다'고 합의한 데 따른 조치다.

의원 외교에도 열을 올렸다. 여야가 함께 방일단을 구성해 같은 달 31일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총 10명의 의원들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일본 의회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일본 자민당 2인자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7월31일에 이어 8월1일에도 방일단과의 만남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다. 1일 한일의원연맹이 내놓은 공동 입장문 역시 서로 간의 이견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결국 일본은 8월2일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를 결정했고, 당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우리 사법부 판결에 대한 보복적 성격으로 일본 정부가 취한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희상 의장은 결의안을 같은 달 5일 일본 의회와 내각에 보냈다.

정세균 일본수출규제대응대책위원회 위원장,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정세균 일본수출규제대응대책위원회 위원장,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8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소부장'국산화·산업 강화로 자력갱생 추구=민주당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분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확산된다고 보고, 추격형 전략보다는 선도형 전략을 세웠다.

7월31일엔 '소부장' 특별위원회를 발족했고, 국회의장 출신인 정세균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소부장 분야의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과 인력 육성, 관련 입법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특위를 중심으로 민주당은 청와대, 정부와 함께 총 3회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특별법을 상시법인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으로 새롭게 개편하고 정책 대상 범위도 소재·부품에서 장비를 추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부장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의결하고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부장 특별법은 기술 개발과 실증, 테스트베드, 인력 양성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고 다양한 패키지(일괄) 지원을 통해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종합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소부장경쟁력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회계 역시 설치한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화학물질 관련 인허가 기간 단축,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 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한 국가연구개발혁신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김하늬 기자

강펀치 주고받은 한일, 기로에 선 수출규제
정부, 소재·부품·장비 산업 탈일본 추진…"가마우지 경제를 미래의 펠리칸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 역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제공) 2019.8.29/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 역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제공) 2019.8.29/뉴스1
지난 7월 4일 한국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행된 이후 100일 동안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 제외 조치 등 강펀치를 주고받은 한-일이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 서로 스텝만 밟는 현재 라운드는 난타전을 앞둔 폭풍전야일 수도, 관계 개선을 위한 숨 고르기일 수도 있다. 일본 수출규제 국면이 기로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일본 수출규제, 기업 활동에 지장주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에 대해 수출을 규제한 100일 동안 수출허가는 7건에 불과했다. 한국은 맞대응에 나섰다. 일본 수출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된다며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양국은 다음 달까지 WTO 분쟁 전초전 성격인 양자협의를 실시한다.

일본의 수출허가는 WTO 분쟁에 대비한 '명분쌓기' 성격이 강하다. 수출허가를 극히 제한적으로 내줘 한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WTO 원칙에 어긋나는 '금수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일본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일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허가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예측하기 어려운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실제 기업 경영활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수출규제 이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를 두고 다시 한번 세게 부딪혔다. 이번에도 선공은 일본이 먼저 날렸다.

일본은 지난 8월 28일부터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뺐다.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의 수출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거의 모든 산업이 일본 수출규제 사정권에 들어갔다. 한국 역시 지난 달 18일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종의 '거울 전략'이다.

(블라디보스토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을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을 하고 있다.
◆이낙연-아베 회담 성사되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일 "한일관계를 건전하게 복원하려면 한국이 먼저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양국은 여전히 대치 중이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읽힌다. 일본은 백색국가 제외 조치 이후 규제를 새로 꺼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추가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본 집권당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도 지난달 27일 "원만한 외교를 위해 한국도 노력할 필요가 있지만 우선 일본이 손을 내밀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는 유화적 발언을 했다.

한국 역시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공식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을 검토하는 등 관계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본 NHK는 이날 일왕 즉위식에서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간 15분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인 소재·부품·장비 자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초 탈일본을 목표로 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 동안 소재·부품·장비 산업은 새의 목에 끈을 묶어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는 가마우지 경제에 비유됐다. 일본에 의존적인 소재·부품·장비 수출을 확대해봤자 정작 이득은 일본이 보는 상황을 말한다.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 100개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7년간 7조8000억원+α 규모의 재정을 핵심품목 연구개발에 쏟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소재·부품·장비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며 "모두가 합심한다면 그간의 '가마우지'를 미래의 '펠리컨'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日수출규제, 국가 R&D 체질 개선 불당겼다”
기술 자립역량 확보 위한 ‘기초원천연구 투자’ 확대, ‘장기R&D 시스템’ 전환 일조

소재 부품 관련 첨단 분석 장비 모습/자료사진=DGIST소재 부품 관련 첨단 분석 장비 모습/자료사진=DGIST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가 시행된 100일간 한국 R&D(연구·개발) 생태계 지형 변화도 본격화됐다.

이번 사태는 기술적 관점에서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한선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은 “일본이 사전에 한국의 산업과 기술을 관찰·분석해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고, 단기 대응이 쉽지 않은 포인트(품목)만 잡은 탓”이라고 했다.

본질적 해법인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립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집중적 투자와 함께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국내 R&D 제도·시스템의 오랜 환부를 도려내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던져졌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국내 공공부문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비해 사업화는 20%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장기 R&D 투자전략 부재 △현장 수요를 고려치 않은 공급자 위주 R&D △대기업·중소기업·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대학 모두 각자 연구에 몰두하는 이른바 ‘나홀로 연구’ 등도 시급히 개선할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정부는 국가 R&D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를 주축으로 이를 해소할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일본 규제는 소재·부품·장비 R&D의 중요성을 또한번 각인하는 계기가 된 동시에 선진국에 비해 뒤쳐진 국내 R&D 생태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유도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료=과기정통부자료=과기정통부
◇지난 실패 거울삼아…‘산·학·연 개방·사업화 연계’ 방점=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부문 공급체인망이 붕괴됐고, 이런 위기속에서 당시 국내 반도체 업체 및 정부가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했지만, 점차 문제가 해결되고 6개월 정도 지나자 다시 묻히고 말았다”며 “이번 만큼은 이런 과거 경험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재·부품·장비 R&D 대책을 강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일본대지진 사태에 앞서 대일 역조 개선을 목표로 2001년 ‘제1차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이 수립된 바 있다. 이후 2016년 제3차 계획에 이르기까지 소재·부품 R&D에 약 4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본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나 과학기술 분야로만 볼 때 먼저 응용·개발 연구에 치중한 나머지 기초·원천연구 투자가 부족해 첨단소재원천기술 확보에 실패했다. 또 중장기 R&D 투자전략 부재로 미래 기술 대응에 미흡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실패 요인을 거울삼아 지난 8월 제7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기초·원천연구성과가 실용화·상용화를 거쳐 산업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산·학·연 개방성을 높이는 협력 R&D를 강화한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11개 공공연구기관 중심으로 운영돼온 소재연구기관협의회를 확대·개편해 ‘소재혁신전략본부’를 내년초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산·학·연간 협업채널을 강화하고, 대학․출연연·기업의 역할분담·협력의 다양한 성공모델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또 기관과 부처 간 ‘이어달리기’를 강화해 공공 연구성과 사업화 연계를 촉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학 및 출연연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기업 수요와 이어 기술 상용화 간극을 해소하는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2020년, 326억원)를 새롭게 추진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재·부품은 기초 연구개발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산업현장에서 사용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며 “기술개발 이후 제품개발 생산까지 염두한 목표를 갖고 연구개발이 추진되도록 R&D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소재·부품 특성 고려한 예산 배분…“수요 기반 연구자 매칭 기초연구 추진”=R&D 예산 배분의 구조적 문제를 재검토하고, 보완책을 강구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사업조정본부장은 “그동안 연구기간과 연구비 배분에서 소재·부품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소홀했던게 사실”이라며 “단기 트렌드에 맞춰 유행처럼 바뀌는 연구 주제를 매번 제시해야만 하는 분위기와 이를 조장하는 연구개발비 배분구조 개선이 소재·부품 분야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도 소재·부품·장비 기초·원천 R&D에 약 3372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국산화 R&D 로드맵 수립 전 폭넓은 기업 수요 조사를 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업의 수요을 사전에 조사하고 연구자와 매칭해 수요 지향적 기초연구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급을 요하는 소재·부품·장비 사업 예비타당서조사는 예외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E/C) 분석으로 대체하고,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종합평가에는 현장 전문가가 다수 참여토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처럼 신속한 R&D를 위해 패스트트랙 과제 추진 근거를 제도화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이길우 본부장은 “기술패권의 시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기초·원천연구에 다시 한번 주목할 때”라며 “창의적인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연구성과들이 사업화를 통해 들불처럼 번져나가기 위해선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연구지원프로그램과 지원시스템을 계속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새로운 연구지원프로그램·시스템으로 추가적으로 기초연구 속성에 맞는 연구관리 제도, 다양한 형태의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창의성 중심의 평가제도, 개인중심의 펀딩, 신진연구자에 대한 폭넓은 지원 등을 제안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R&D 투자‧프로세스 혁신방안을 타 분야로도 확대‧적용해 내년도 R&D 예산(24조원) 운영의 효율화를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관계부처 공동으로 7월부터 추진해 온 '100+α개' 한국 수출 제한 우려 핵심 품목 진단에 이어, 1000여개 일본 수출 규제 품목 분석을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류준영 기자

"한국인 공백, 천재지변 같다"


나가사키현, 숙박업체 지원… 돗토리현은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팀 꾸려

지난 8월 말, 인천국제공항 한 저가 항공사의 오사카행 체크인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사진=뉴시스지난 8월 말, 인천국제공항 한 저가 항공사의 오사카행 체크인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사진=뉴시스
"짧아도 2년은 한국인 관광객 감소가 계속될 것이다.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

지난달 17일, 일본 나가사키신문이 한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일본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대마도(쓰시마)의 한 관광업자의 말을 빌려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때 하루 2000명의 한국의 관광객도 찾던 곳이지만 이제는 50명에 못 미치는 날도 많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강화는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보이콧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당장 수치로 드러났다. 지난달 일본정부관광국(JNTO)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든 30만87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달인 7월 감소세(7.6%)보다 커진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콧 영향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감소세가 더 큰 곳이 있는데 이중 대표적인 곳이 대마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마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7월 40% 줄었고 8월에는 80% 감소했다. 2018년 대마도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4분의 3가량인 41만명으로, 섬 주민(약 3만명)의 10배도 넘는다.

지역경제의 핵심인 한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자 대마도 현지에서는 업종을 전환하거나 "천재지변을 당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생계를 걱정하는 지역민들의 호소가 잇따르자 대마도를 포함하고 있는 나가사키현과 대마도는 약 3900만엔(약 4억4000만원)의 재원을 마련해 오는 11월부터 2020년 2월 말까지 대마도 숙박시설 이용자 1인당 1박 3000엔을 지원해줄 예정이다.

NHK에 따르면 나가사키현은 지난달 26일 대마도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인 관광객 격감에 대응해 새로운 저금리 대출 제도도 도입했다.


일본 내 다른 지자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이번달부터 에어서울이 전편 운휴에 들어가는 돗토리현은 공무원, 관광업계 사람들이 모여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오키나와현에서는 다마키 데니 지사가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교류를 호소했다. 그는 "나 자신도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방한하고 싶다"면서 현이 향후 한국 내에서 관광 관련 상담회 등을 열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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