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안보이는 시위…"홍콩인 절반, 이민 생각한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0.1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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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이민 생각해본 적 있다'… 이민 준비서류 발급량 전년보다 50% 늘기도

/사진=AFP/사진=AFP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18주째 이어진 가운데 홍콩 시민의 절반가량이 이민을 고려하고 있고, 실제로 이민 준비 서류 발급이 지난해보다 50% 넘게 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CNN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를 인용해 지난 7월 892명의 홍콩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홍콩인의 47%가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사 시점은 시위가 본격화된 지 4주가량 됐던 때다.



응답자 중 특히 젊은층과 고학력층 사이에서 이민 의향자가 많았다. 18~24세(66%)와 25~34세(67%)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이 '이민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학 학위 소지자(55%)의 긍정 응답률은 학위 미소지자(3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CNN에 따르면 홍콩 대규모 시위가 시작했을 무렵인 지난 6월 홍콩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범죄인 송환법은 홍콩인들의 이민 추세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CNN은 "이어지는 시위에 정부는 법안 전면 철회를 선언했으나, 사회적 불안은 홍콩에 남으려는 시민들의 의지를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이민중개업체인 L&K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이민 관련 문의는 200~300% 늘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민 상담가인 존 후는 "20대뿐만 아니라 30대나 젊은 가족들도 해외에서의 새 출발에 관심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시위 이전까지 단 한 번도 홍콩을 떠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32세 회계사 티몬은 10년 가까이 쌓은 직무 경험을 포기하고 이민에 유리한 전기공학자가 되기 위한 직업훈련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을 돌린 계기는 18개월 아들의 교육 때문이다. 티몬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이가 비판적 사고를 갖고 자라길 바란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 주도로 백색테러가 일어나는 등 이곳의 정치 환경에서 교육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곳에서 내 아이를 키우기 싫다"고 말했다.

실제 이민 관련 통계에서도 홍콩을 떠나려는 조짐이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홍콩 당국 자료를 인용해 올해 8월 범죄기록조회서(good citizen card) 발급건수가 지난해 같은달보다 54% 늘었다고 전했다. 범죄기록조회서는 해당 시민이 범죄 경력이 없다는 것을 증빙하는 자료로, 외국 비자를 신청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주할 때 필요한 문서다.


한편 당국 자료에 따르면 홍콩인들은 과거 호주, 캐나다, 미국을 이민할 국가로 선호했으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대만이 1위로 꼽힌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대만의 민주주의 운동과 진보적 가치에 대한 지지가 홍콩인들을 사로잡은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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