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100일]"안가요" 100일, 침몰한 일본 관광업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10.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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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일본 여행수요 급감에 국내 주요 여행사도 '실적 쇼크' 가시화…국내 관광 '반짝 반사이익', 장기적으로 리스크 우려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한일 양국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볼펜부터 자동차까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뜨겁게 펼쳐졌다. 'NO 재팬' 100일이 가져온 시장변화와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日, 수출규제 100일]"안가요" 100일, 침몰한 일본 관광업계


일본의 수출규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한일 양국 관광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정부에 분노한 우리 국민들의 '일본여행 보이콧'에 일본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 초반 태연한 모습을 보이던 일본 정부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여행산업도 상처를 입었다.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은 고객 유치에 애를 먹으며 실적쇼크 불안에 떨고 있다. 호텔 등 일부 국내 관광산업은 'NO 재팬'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뚝 끊긴 발길, 일본 관광업계 침몰
지난 100일 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한국인이 급감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7월 방일 한국인 여행객은 전년 동월 대비 7.6% 줄더니 8월에는 무려 48%나 감소했다. 한창 여름 휴가철인 데다, 일본이 지난해 750만 명의 한국인이 찾은 최고 인기 여행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日, 수출규제 100일]"안가요" 100일, 침몰한 일본 관광업계
이처럼 전체 방일 관광시장에서 20% 가량을 차지하던 한국시장이 쪼그라들며 일본 관광과 지역경제에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7~8월 양국 관광교류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96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7억 원이나 줄었는데, △숙박업(1188억원 감소) △음식서비스(1019억원 감소) △소매(771억원) 부문의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내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겠다던 일본의 목표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일본 정부는 피해 상쇄를 위해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대상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의 정책을 펼치며 중국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가 아닌 지역 중소도시 관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일본 관광업계와 주요 언론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 여행사도 한숨, "고꾸라지는 실적 어쩌나"
국내 여행산업도 침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피해가 크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8월 일본수요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7%, 83% 급감했고, 9월에도 75.4%, 90.8% 줄었다. 7말8초 휴가 성수기와 9월 추석연휴 '대목'에도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맥을 추지 못한 것이다. 일본노선이 전체 여행상품에서 30~35%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 모두투어는 2분기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쇼크'를 기록했다. 8~9월 'NO재팬'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3분기 적자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모두투어는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대거 통폐합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용절감에 나섰다. 하나투어 역시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2단계를 선언했다. 아직 구조조정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피해가 지속 쌓이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日, 수출규제 100일]"안가요" 100일, 침몰한 일본 관광업계
◇국내관광, 당장은 괜찮지만….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를 다루는 국내관광 시장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일본여행을 포기한 여행객 일부가 국내로 방향을 선회하며 다소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호캉스(호텔+바캉스) 트렌드와 맞물려 호텔업계가 웃음 지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8월 4, 5성급 특급호텔 객실이용률은 각각 83%, 84.8%로 전년 동월보다 3.6%, 5.8%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가 지난해보다 4.6% 증가하는데 그쳤다. 매달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양새다. 한일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관광산업도 일본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 피해도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련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행업계 지원에 나섰다. 문체부는 지난달 관광여건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여행사를 위해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실시, 150억 원을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방한 관광시장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화권과 동남아 지역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지속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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