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00일]국산화 앞당긴 日보복..반·디업계 脫일본 가속화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19.10.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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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下]핵심소재 3종 국산화·수입선 다변화 성과 가시화..日공급선 회복도 필요

편집자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이 11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보이콧 재팬, 지소미아 종료 등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가 이어지면서 두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승자 없는 한일 경제전쟁, 탈출구는 어디서 찾을수 있을까.

[日수출규제 100일]국산화 앞당긴 日보복..반·디업계 脫일본 가속화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도 사실입니다."

석달전 일본이 무역보복 조치에 나선 이후 초비상이 걸렸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역설적으로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를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체질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 규제 타깃이 된 △불화수소(에칭가스·불산액)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플루오린(불화) 폴리이미드 등 핵심소재 3종에 대해선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그간 개별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에칭가스(기체상태 고순도 불화수소) 3건 △포토레지스트(감광재)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등 총 7건에 불과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기 때문에 매달 2000톤 이상을 일본에서 들여왔던 액체상태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액)의 경우 수출 승인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만큼 재고가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일본산 불화수소 대체재 마련에 탄력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는 일단 솔브레인 등이 생산하는 국산 불산액에 대해 품질 테스트를 마치고 일부 민감도가 낮은 생산 공정과 라인에 투입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수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대만 등에서 수입한 불산액에 대해서도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산 불화수소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LG디스플레이 (9,930원 ▼120 -1.19%)에 이어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불화수소 국산화 테스트를 끝내고 양산라인에 본격 투입한 것. 사용량은 반도체 양산라인과 비교할 경우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주로 연구·개발(R&D)용으로 수입되기 때문에 필요 물량이 많지 않은 거승로 전해졌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이 양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국산화가 마무리된 단계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 주로 사용하고 있는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도 벨기에 등을 통해 일본산을 우회 수입하는 방안을 찾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탈(脫)일본화'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일본이) 물건을 안 팔면 다른데서 구해와야 하는데 핵심적인 부품은 글로벌 공급망이 부서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만 피해를 입는게 아니고 우리 고객들과 그 뒤에 있는 고객들에게도 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10일 "일본 공급업체와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대안 모색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단기간에 완전한 국산화를 실현하긴 어려운 만큼 한·일 갈등 해소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선 회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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