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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법관의 화성연쇄 8차 판결…20년 옥살이 무기수 만든 '오판'?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19.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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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윤씨, 2심부터 '무죄'주장했지만 2·3심 판사들 배척…2심 국선변호인은 '유죄'인정하고 '선처'호소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2007년 1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과 대북관계, 복지, 경제 정책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2007년 1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헌과 대북관계, 복지, 경제 정책 등에 대한 구상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화성 성폭행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의 8차 사건 자백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시 수사를 했던 경찰과 기소한 검찰 그리고 판결을 내린 법원은 오판의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 수감생활을 한 윤모(당시 22세)씨에 대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은 범인으로 지목돼 기소된 윤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은 비교적 간단히 배척했다.

◇2·3심 거치며 '무죄' 주장했지만 국선변호인마저 '유죄'인정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형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는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살펴보아도 자백이 고문 등 강요에 의해 임의로 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고 그 임의성을 부인할 아무런 자료도 발견되지 않으며, 위 자백의 신빙성도 넉넉히 인정된다"고 했다. 윤씨가 2심부턴 자백을 번복하고 범행을 부인했지만 대법관들에겐 전혀 먹히지 않았다. 재판장은 김상원 대법관, 주심은 이회창 대법관, 배석은 김주한 대법관이었다.

2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심에서 인정된 자백 외에 유일한 증거는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와 윤씨의 음모에서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인 티타늄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 뿐이었지만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윤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특히 1심과 달리 2심부터 윤씨가 자백을 번복하고 범행을 부인했음에도, 국선변호인은 피고인 윤씨의 뜻과 다르게 아예 '유죄'를 인정하고 양형을 줄여 줄 것을 요청했다.

윤씨는 2심 재판과정에서 "동료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고 범행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는데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은 윤씨 입장에서 '무죄'주장을 하지 않고 "피고인은 초범이고 갓 성년에 이르렀으며 소아마비로 신체가 불구여서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됐으니 양형이 부당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50대 이춘재씨를 찾은 경위와 증거 등 수사 진행상황을 설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경기남부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50대 이춘재씨를 찾은 경위와 증거 등 수사 진행상황을 설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2심 국선변호인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인용한 '신체 불구로 인한 열등감이 범행 동기'란 부분은 바로 1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1심 판결문에 쓰인 범죄사실에는 윤씨가 이웃들로부터 "X신새끼 다리가 저러니 계집하고 재미도 못 볼 것이다"라고 놀림을 받고 그 열등감에 범행에 이르렀다는 묘사가 나온다. 다시 말해 2심 국선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은 범행동기를 그대로 2심 양형부당 주장이유로 써 먹은 셈이다. 윤씨가 2심부터 1심과 달리 무죄 주장을 했음에도 국선변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1심 재판부가 범행동기로 본 '열등감'을 들먹이며 선처만 호소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마음이 울적하였다는 단순한 감정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를 목을 졸라 실신시키고 강간 후 살해하였다"고 판단하며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피고인의 주장이 승산이 없는 경우엔 변호인이 변론전략을 조정해보려 했다가 합의가 안 되면 피고인과 변호인이 따로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의 입장에선 이미 유죄 심증이 강한 재판부가 판단을 무죄로 할 리는 없다는 생각하에 징역형의 기간이라도 줄이려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으나 윤씨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가난했던 윤씨, 1·2·3심 내내 '국선변호' 받았지만 '무전유죄'

게다가 윤씨가 무죄를 주장함에도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호소만 했던 2심 국선변호인은 정작 결심공판에는 출석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급하게 다른 사건을 위해 법정에 있던 나형수 변호사를 대신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해 공판을 마쳤다. 결국 항소를 맡아 진행한 국선변호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2심 판결문엔 나 변호사의 이름이 국선변호인으로 적혀 있다. 2심 재판부는 윤재식, 김영훈, 최은수 판사가 맡았다. 판결문에 이름을 남긴 검찰 측은 이승관 검사였다.


1심 판결문에 적힌 범행동기에는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절게 된 윤씨가 신체적 불구로 인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범행을 하게 됐다고 써 있다. 이는 2심 양형사유에 그대로 인용된다.

경제적 능력이 없던 윤씨는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국선변호인에 의한 변호를 받았다. 범행을 자백했던 1심 판결문에선 국선변호인의 역할이 크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2심에선 아예 윤씨 뜻과 달리 변호인이 '유죄'를 인정해버렸다. 3심 국선변호를 맡은 이돈희 변호사는 "항소이유서의 윤씨 주장을 토대로 상고이유서를 작성했는데 체모 등 증거를 이유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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