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앉아있네, XX"… 판사 출신 국회의원의 '두 얼굴'

[MT이슈+] 여상규 국회법사위원장, 'XX' 욕설로 입길… 장애인 비하·독선적·판사 두둔 논란

정춘숙(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과 김영호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여상규 법사위원장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9.10.08./사진=뉴시스

'여상규 욕설'이 하루 종일 포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국회법사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의 불명예 '스타'로 떠올랐다.

여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서울·수원고등검찰청과 수도권 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관련해 많이 고발돼 있는데 이 역시 순수한 정치 문제"라며 "검찰에서 함부로 손 댈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듣기 싫으면 귀를 막아라. 원래 민주당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잖아"라고 했다. 이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여상규 위원장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위원장 자격이 없다, 간사님이 제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여 의원장은 김 의원에게 "누가 당신한테 자격 받았어?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중얼거렸다. 이어 "회의를 진행하는 건 위원장의 권한"이라며 "필요없는 주장은 안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여 위원장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로 보임됐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회관 내 채 의원 사무실에 감금한 혐의로 고발됐다.

"XX 같은 게"…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여 의원장의 'XX'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이 됐다. 먼저 동료 의원들의 발언을 막고 국회에서 욕설을 함으로써 국회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동료의원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욕설을 내뱉었다"며 "국회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최소한의 도덕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욕설을 내뱉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여 위원장은 국회의원 이전에 사람의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격분했다.


더 큰 비판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데서 나왔다. 과거 인권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때 적지 않은 이들이 장애인을 가리켜 'XX'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을 비하하고 차별해왔기 때문에, 최근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XX'은 '심각한 병이 든 육체적 상태'를 가리키는데 그 말 속에 '기피의 대상' 혹은 '불쌍한 사람'의 의미가 들어있다.

'판사 두둔' '수사 외압' '독선'… 불명예 점철된 법사위원장

사실 여 위원장은 이전에도 수 차례 동료 의원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판사 출신으로서 판사들을 두둔하고, 수사를 저지하거나 법사위 표결을 강행하는 등 권위적이고 독재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9월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사법 농단과 관련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 비율이 너무 높다고 말하자 여 의원은 (조 의원의 말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며 사법부를 두둔했다. 다른 의원들의 추가 발언도 제한했다. 이에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이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됐지, 판사야 당신이?"라고 언성을 높이자 여 위원장은 "뭐하는 거야 지금, 당신이라니?"라며 벌컥 화를 내고 회의를 3분간 정회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의 탄핵을 촉구한 법관대표회의를 해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판사 출신인 여 위원장이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을 두둔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여 위원장은 8분여 동안 자신의 생각을 말했으면서도 반박을 위해 발언 기회를 요청한 여당 의원들은 묵살해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 위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판사의 탄핵을 촉구한) 결의를 한 사람들은 절대 옳지 않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까이 두어선 안 된다"며 말을 이었다. 여당 의원들이 발언 기회를 요구했지만 여 위원장은 "의사 진행 발언은 받지 않겠다. 그만하십시다"라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김종민 의원은 "시간 제한 없이 위원장 혼자서 얘기하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 위원장은 얼굴이 굳어지더니 "내가 틀린 소리 했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 개인 발언이었다"고 지적하자 여 위원장은 삿대질을 하며 "내가 왜 개인이야. 위원장으로서 한 거야"라며 반말로 화를 냈다. 이어 여 위원장은 "내가 언제 회의를 불공정하게 이끌었나. 여야 막론하고 공정하게 이끌었지"라며 "사법부를 아끼는 사람으로서 사법부가 잘못 돌아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국 청문회 관련 발언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지난달 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왜 판사처럼 구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의 키스트(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과 관련해 "키스트는 조 후보자 딸의 출입기록이 3일이라고 하고, 조 후보자는 딸이 2주 가량 다녔다고 하니 반박 자료를 내달라"고 말했다. 이에 여 위원장은 "3일 근무했다는 키스트 자료가 있다면 위조되지 않은 이상 그 증거를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여당 의원들은 "판사가 아닌데 왜 판결 하려고 하나", "공정하지 않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여 위원장은 소리를 지르며 "내가 이야기한단 말이야. 뭔데 당신이 해! 이런!", "발언권 얻고 이야기하란 말이야. 뭐가 불공정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조용히 하세요" 등의 발언을 했다.

여 위원장이 법사위원장의 권한을 넘어 수사를 저지하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7일 여 위원장의 욕설 논란 이후 "여 위원장은 욕설도 문제지만 사실상 패스트트랙 수사하지 말라고 압박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여 위원장 질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받아야 할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대고 수사하지 말라고 했는데 감사위원 자격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이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XX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얼마나 인권 감수성이 낮은지와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와 우리나라 정치의 구태의연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요즘 길거리로 나오는 것도 국회가 이런 모습에 머물러 있어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