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만으로 폐암 진단 ‘전자코’ 개발…정확도 75%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0.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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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분당서울대병원 공동연구, 폐암세포 배출물질 감지센서, 기계학습진단 폐암 조기발견 길 열어

ETRI 박형주 선임연구원이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는 장면/사진=ETRIETRI 박형주 선임연구원이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는 장면/사진=ETRI


국내 연구진이 호흡(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의료용 ‘전자 코’를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했다. 호흡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전자소자를 이용해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유무를 판단, 검진토록 만들었다.



현재 폐암진단에 주로 사용되는 X선,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 위험이 있다. 비용 부담도 크다.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며, 이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가스 센서에서 분석할 날숨을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한 CG 캡처 사진/사진=ETRI가스 센서에서 분석할 날숨을 채취하는 과정을 설명한 CG 캡처 사진/사진=ETRI
ETRI가 개발한 ‘전자 코’ 시스템은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이다. 날숨 샘플링부, 금속산화물 화학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 처리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검사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는다. 날숨이 찬 비닐에 탄소막대기를 넣으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들이 막대기에 붙는다.

다시 이 막대기를 ‘전자 코’시스템에 집어넣는다. 시스템을 구동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면 폐암 유무를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분당 서울대병원과 함께 폐암 환자 37명, 정상인 48명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한 결과,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ETRI측은 “이번 기술은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은데다 편의성도 우수해 폐암 환자의 수술 예후 모니터링은 물론, 일반인의 자가 건강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책임자인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이대식 박사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진단 관련 의료기기 시장경쟁력 확보는 물론, 정부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TRI 연구진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연구팀과 함께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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