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 신경전 '배후'는 중국?"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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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BOE발 LCD 물량공세에 차세대 시장으로 내몰려…"감정싸움 자제하고 기술 자체에 집중해야"

"삼성·LG TV 신경전 '배후'는 중국?"


BOE 효과.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LG전자 (91,200원 ▼1,400 -1.51%)의 최근 TV 디스플레이 신경전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이자 출하량 기준 세계 1위 LCD(액정표시장치) 제조사다. 업계에서 말하는 'BOE 효과'는 BOE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LCD 물량공세에 밀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수익성이 급락한 LCD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을 꼬집은 말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LCD 시장 주도권은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중국업계다. 중국업체들이 LCD 물량을 얼마나 내놓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면서 LCD 패널 가격은 지난달 55인치 기준 102달러로 1년만에 35% 떨어졌다.



삼성과 LG가 시장 선두업체지만 이 정도 수익성 하락을 감당하긴 쉽지 않다. 차세대 시장을 노리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성이 QLED(LCD에 양자점 소재의 필터를 입힌 디스플레이), LG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밀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의 80%는 LCD에서 나온다.

결국 중국이 잠식한 LCD 시장을 피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두고 국내 기업끼리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인사는 "국내 제조사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두고 삼성과 LG가 벌이는 주도권 다툼은 감정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올초부터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삼성의 QLED를 LCD 패널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공방이 이토록 치열하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직 차세대 디스플레이 표준기술이나 대표제품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표준이나 대세를 잡은 업체가 살아남아 시장을 사실상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선두업체인 삼성과 LG의 갈등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차세대 기술 전환이 한발 늦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10.5세대 LCD를 징검다리 삼아 숨고르기를 한 뒤 10.5세대 OLED로 갈 것이냐, 이를 건너뛰어 바로 10.5세대 OLED로 갈 것이냐를 두고 장고하다가 지난해에야 10.5세대 OLED 직행으로 방향키를 잡았다.

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물쭈물하는 사이 중국의 추격이 시작됐다. 최근 한달 사이에만 대형과 중소형 패널을 합쳐 중국에서 발표한 OLED 관련 투자 규모가 우리 돈으로 15조원이 넘는다. 이미 중국의 노골적인 국내 OLED 전문인력 빼가기가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부문에서,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부문에서 아직까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입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감정싸움이나 상대방 깎아내리기보다는 기술 자체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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