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곡물가, 식품업체 실적·주가에 무조건 도움될까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10.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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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어들어 도움"…"장기적 하락은 주가 조정 빌미 제공" 지적도

낮아진 곡물가, 식품업체 실적·주가에 무조건 도움될까


국제곡물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곡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음식료 업체들이 반길 일이지만,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157.6포인트로 지난 8월(157.8포인트)에 비해 0.1% 하락했다. 국제곡물가격은 2012년 9월 이후 꾸준히 하락·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2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7년간 평균 곡물가격이 50%나 떨어졌다. 특히 밀과 옥수수 등의 감소폭이 컸다.



국제곡물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곡물의 수급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곡물 재고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안정됐다. 생산량 증가율이 소비량 증가율보다 높았기 때문에 곡물 재고량이 늘어났다. 농업 과학기술이 꾸준히 발전해온 점, 최근 수년간 이렇다 할 세계적 이상기후 현상이 없었던 점이 생산량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곡물가격이 큰 등락없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수급 측면에서 곡물 재고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 세계적인 경기 부진으로 곡물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투기 수요가 곡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한 상태다.



이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CJ제일제당 (335,000원 ▲3,000 +0.90%), 농심 (373,500원 ▼6,500 -1.71%), 대상 (20,900원 ▲100 +0.48%) 등 음식료 업체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음식료 업체들이 사용하는 원재료인 곡물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을 하기 때문에 국제곡물가격 안정은 이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의 전체 곡물 자급율은 26.9%, 밀과 옥수수는 1%대 미만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곡물 가격 하락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식품업체 주가가 최근 원화 약세 등의 이유로 부진한데 곡물 달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이 부담이 상쇄되고 있다는 점은 상기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저평가된 회사에 대해 매집을 확대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곡물 가격 하락이 오히려 주가 상승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단기간의 곡물가격 하락은 분명 실적과 주가에 도움을 주지만 곡물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 이익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곡물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2012년부터 3년간은 음식료 업체들은 주가가 상승세를 탔지만 2016년부터 최근까지는 하락세를 탔다.


이와 관련, 백운목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5년 이상의 장기적 곡물가격 하락은 음식료 이익과 주가에 반드시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며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주가의 장기 조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음식료 업체의 이익과 주가에 영향을 주는 핵심 변수는 해외시장 진출, 가격 인상 여부, 마케팅비용 등 판관비 축소를 통한 점유율 경쟁 완화 등"이라며 "중요한 이익 및 주가 결정변수 중 하나인 곡물 가격의 주가에 대한 영향도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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