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비혼 외국인 커플' 호텔 동반투숙 첫 허용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2019.10.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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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녀 호텔 투숙 시 가족관계 증명 필요 없어…'관광산업 활성화' 노력의 일환

한 외국인 여성이 아바야를 입은 사우디 여성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한 외국인 여성이 아바야를 입은 사우디 여성들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로 한 데 이어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남녀가 혼인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호텔에 묵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는 지금껏 남녀가 부부나 남매 등 가족임을 증명하지 않고는 한 방에서 투숙할 수 없었다.

AP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사우디 관광문화유산위원회가 사우디를 방문한 외국인 남녀에 한해 가족관계 증명서류 없이도 호텔에 혼숙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 규정 개정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관광 당국은 또한 사우디 국민을 포함한 모든 여성이 남성 후견인 없이 홀로 호텔을 예약하고 투숙하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호텔 방을 예약하기 위해 남성 후견인을 동반해야만 했다.



이 같은 규정 완화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잡은 뒤부터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른 각종 사회 규범을 개혁해온 행보의 일환이다. 사우디는 지난해 35년 만에 처음으로 상업영화관을 운영할 수 있는 영업면허를 발급했고, 여성의 운전과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하는 등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고 해왔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사우디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관광비자 발급 방침을 밝히며 현재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에서 3%에 불과한 관광산업 비중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혼인하지 않은 남녀의 호텔 투숙 허용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전략 중 하나인 셈이다.



같은 날 사우디 정부는 외국인 여성은 몸 전체를 가리는 아바야(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검은 망토 모양의 의상)를 입을 필요가 없도록 하는 복장 규정 완화책도 내놨다. 다만 공공장소에서는 여전히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차림이여야 하며, 알코올 반입 및 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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