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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수순"이라지만…이재용은 왜 사내이사 내려놨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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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선 "긁어부스럼 안만들겠다는 취지" "예상 수순" 반응…재선임 자격 논란 피해 현실적 경영실권 행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예상된 수순 아니었냐." 6일 재계 한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포기에 대해 이렇게 촌평했다.

이 인사는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쉬쉬했지만 지난 8월 말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 판결이 파기환송됐을 때 이미 사내이사 연임은 물 건너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53,500원 -0)는 이달 말까지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위해 개최해야 하는 이사회나 임시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법상 임기 연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절차 기한이 오는 11일까지 닷새 남았지만 주총을 열지 않기로 하면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지 3년 만에 물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26일 만료된다.

삼성전자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오는 25일부터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거취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적으로 이 부회장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는 데 제한이 없지만 재선임 과정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르면 배임이나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해당 범죄행위와 유관된 기업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이 이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법무부 판단을 받아봐야 하지만 이런 절차 자체가 삼성전자나 이 부회장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말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을 방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말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을 방문,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반드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고 확신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지분 9.92%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포함해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SK (272,500원 2500 -0.9%)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 안건이 부결되지는 않더라도 반대표가 많이 나온다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투자전략 등 경영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해법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사업조정 업무를 맡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임원진이 삼성바이오로직스 (399,000원 3000 -0.8%) 수사 등으로 잇따라 구속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최근 이 부회장이 직접 사업 전반을 챙기는 경우가 잦아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무보수 사내이사로 경영활동에 매진한 것도 총수로서 위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내이사 선임과 상관없이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포기를 두고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의 해법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온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이 부회장으로서도 뼈아플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이 2017년 초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되고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동안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던 것도 무죄 주장과 함께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는 해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미래성장동력을 찾고 투자전략을 짜는 것과 별개로 이사회를 떠난 뒤 어떤 방식으로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확보할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고민이 삼성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향한 또다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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