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는 '하나의 중국'…韓 수출 38% '흔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세종=권혜민 기자 2019.10.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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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한은, 해외경제포커스…무역·금융 위축에 3국 성장세 약화 → 교역 비중 큰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

 29일 (현지시간) '우산 혁명' 5주년을 맞은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진압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FP=뉴스1 29일 (현지시간) '우산 혁명' 5주년을 맞은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진압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AFP=뉴스1


중국과 홍콩·대만 간 관계 악화로 '하나의 중국'이 흔들리면서 이들 3개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6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중국과 대만·홍콩 간의 관계: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과 대만·홍콩 간의 관계 악화는 성장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무역·금융 연계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과 홍콩은 '범죄인 인도법' 관련 시위로, 중국과 대만은 중국의 대만행 개인여행 잠정 중단 조치로 갈등을 빚고 있다. 무역과 투자를 중국에 의존하는 홍콩·대만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은 최근 홍콩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 -0.3%로 낮췄다. 대만 역시 주요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국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의 65%가 홍콩을 통해 유입되고 있다. 중국 주요기업의 상장도 홍콩 주식시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또 중국 소재 대만 기업들이 이탈한다면 고용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씨티은행은 대만 기업의 약 30~50%가 중국에서 빠져나갈 경우 2년간 177만~295만개의 중국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들 경제가 기울 경우 교역 비중이 큰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전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며 한국 수출은 10개월째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대만·홍콩 경제 둔화로 각 시장의 수요가 위축될 경우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

중국과 홍콩, 대만을 합할 경우 한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부징이 37.8%에 달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상대국으로, 한국 전체 수출의 26.8%(1621억달러)를 차지했다. 홍콩과 대만도 지난해 기준 한국 수출에서 각각 4위(460억달러, 7.6%), 6위(208억달러, 3.4%)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었던 만큼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업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홍콩, 대만으로의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3%, 31.3%에 이른다. 홍콩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의 87%는 메모리 반도체로, 대부분 중국으로 우회 수출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교역 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홍콩을 경유지로 거쳐 중국에 재수출하는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홍콩 수출 중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82.6%에 달한다.


보고서는 "성장세 둔화에 더해 금융시장 불안정이 심화될 경우 중국경제 경착륙론이나 위기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홍콩 시위 전개 양상과 중국의 대응, 중국과 대만 간 갈등 격화 가능성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중국경제 변화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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