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사기라는 표현은 억울할 수도 있다. 신약 개발 자체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도박'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만가지 신약물질 가운데 임상에 적합한 물질을 선택해 테스트하고, 3단계 임상을 거쳐 신약승인을 통과하기까지 성공 확률은 1%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신뢰 하락은 회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주들의 분노는 임상 난항으로 인한 주가하락뿐 아니라 믿고 투자해 준 주주들을 배신하고 지분을 팔아버린 오너와 임원들에 의한 것도 상당하다.
최근 임상 지연으로 논란이 된 헬릭스미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암 치료제 '엔젠시스' 임상3상 발표를 연기하겠다고 공시한 지난달 23일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남인 김용수 전 대표의 부인과 자녀는 1주당 17만6000원에 3000주를 팔았다. 그 다음날 주가가 12만원으로 급락할 것을 고려하면 '환상의 타이밍'이었다.
두 업체 모두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 거래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높은 도덕성과 신뢰도가 요구되는 이유는 매출이 거의 없는 회사임에도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술력 하나만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사랑 받고 세계적인 'K-바이오'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를 우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