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만났지만…8시간 만에 결렬된 북미 협상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10.0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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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北김명길 "美, 빈손으로 나와 협상 결렬" 여론전...비핵화-상응조치 이견 재확인

(스톡홀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이끄는 북한 협상 대표단. © AFP=뉴스1  (스톡홀름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이끄는 북한 협상 대표단. © AFP=뉴스1


북한이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협상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비난했지만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숙고하라며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았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쯤 스웨덴 스톡홀름 북한 대사관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하고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며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대사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수석대표로 하는 북미 협상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스톡홀름 외곽의 콘퍼런스 시설인 빌라 엘리크스트란드에서 '하노이 노딜' 이후 첫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협상 시작 후 2시간만인 정오쯤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 일행이 협상장을 나와 북한대사관으로 떠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북한 협상팀은 이후 오후 2시20분쯤 협상장에 복귀해 4시간 이상 대화가 추가로 진행됐으나 결국 오후 6시쯤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한 김 대사는 권정근 차석대표(전 외무성 미국국장)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선 채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며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대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초래된 조미(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 등을 언급하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이런 계산법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립장(입장)은 명백하다"며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말해 대화의 여지는 열어뒀다.

김 대사는 "이번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공을 미국에 넘겼다.

김 대사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았다",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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