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사내이사 3년만에 물러난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0.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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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직 유지, 잭임경영 이어갈 것"…파기환송심 거취 논란 의식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년만에 사내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 국정농단 사태와 얽힌 뇌물 혐의 등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의 여파다.



부회장직은 계속 수행하면서 신사업 발굴과 투자 결정 등 위기경영은 이어갈 방침이다.

4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위해 개최해야 하는 이사회나 임시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26일 만료된다. 2016년 9월12일 이사회에서 관련안건이 의결된 뒤 다음달 10월27일 임시주총을 거쳐 선임됐다. 상법상 사내이사 임기는 3년을 넘길 수 없다.

기존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려면 임시주총은 열어야 하고 최소 2주 전에 임시주총 소집공고를 내야 한다. 법적으로는 오는 11일까지 소집공고를 내면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위한 임시주총을 개최할 수 있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은 주총을 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주 권리 보장을 위해 상법이 규정한 2주 전보다 앞서 주총 4주 전 소집공고를 내왔다.


재계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3주 앞둔 상황에서 임시주총 개최를 위한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주정책상 주총 개최 계획이 없다, 즉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2016년 10월 책임경영을 내세워 처음으로 사내이사를 맡았지만 1년 가까운 구속기간과 재판 등으로 경영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국내외 사업장을 현장점검하고 해외 인재 네트워크를 챙기는 등 제한된 여건에서 경영행보를 이어왔다.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연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은 파기환송심이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등 이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은 금고 이상의 형을 이유로 등기임원 자격을 제한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 지분 9.92%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로선 임시주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부회장으로 미래동력 발굴과 투자전략 등 경영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 무보수 사내이사로 경영활동에 매진한 것도 총수로서 위기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이라며 "파기환송심 부담이 있지만 사내이사 선임과 상관없이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책임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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