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 도로에 '가짜 피' 뿌려댄 사람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0.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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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생명들 죽어가"… 환경단체, 소방차 사서 '가짜 피' 뿌리며 시위

3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런던 재무부 건물 앞에서 소방차를 동원해 빨간 액체를 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3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런던 재무부 건물 앞에서 소방차를 동원해 빨간 액체를 뿌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런던 재무부 건물 앞 도로가 시뻘건 '가짜 피'로 물들었다. 3일(현지시간)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환경을 죽이는 산업에 세금을 투자하지 말라"며 재무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단체는 "우리가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는 동안 기후변화 속에서 죽어간 생명의 피"라며 소방차를 동원해 재무부 건물에 빨간색 식용색소 약 1800리터(ℓ)를 뿌렸다. 이들은 이날 시위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소방차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이들이 호스를 놓치면서 일대 거리 전체와 행인들까지 액체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시위 참여자 일부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환경 파괴에 돈을 대지 말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소방차 위에 올랐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화석 연료를 사용해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돈을 대주고 있다며 "정부가 쓰는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BBC에 따르면 런던 경찰은 1시간여 만에 소방차 위에서 내려온 시위 참여자 4명을 포함해 총 8명을 기물파손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된 마크 오블랜드는 "감옥에 갈 준비도 돼 있다"면서 "재무부는 화석 연료를 쓰고 탄소를 내뿜는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4월 1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영국 의회 방청석에서 옷을 벗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멸종 저항' 트위터4월 1일(현지시간) 영국 환경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영국 의회 방청석에서 옷을 벗은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멸종 저항' 트위터
영국 정부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고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실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1990년부터 2017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2% 줄였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반면 '멸종 저항'은 목표 달성 기한을 2025년으로 앞당기라고 촉구한다. 단체는 7일부터 '국제적 저항'을 선포하고 2주간 주요 공공시설에서 일명 '평화적 점거'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멸종저항은 지난해 설립됐으며 '2025년 탄소 제로' 외에도 기후 변화에 대한 진실 공개, 이를 감독할 시민의회 구성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브렉시트를 논의 중이던 영국 의회에 난입해 알몸 시위를 벌인 바 있고, 5월엔 프랑스 파리 샤오궁 광장 계단에도 '가짜 피'를 뿌려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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