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저성장 우려 속 52시간·화평법 보완 요구 수용하나

머니투데이 김성휘 ,박소연 ,고석용 ,세종=권혜민 기자 2019.10.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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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심상치 않은 경제…靑 찾은 박용만·김기문 등 '규제' 집중 거론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7월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과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 2019.07.10.   뉴시스 pak7130@newsis.com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7월10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장과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 2019.07.10. 뉴시스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경제단체장들과 오찬 회의를 가진 것은 심상치않게 돌아가는 국내외 경제 사정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대응 외에 최근 수출 부진과 물가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주52시간제 확대적용이나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한 경제계의 보완책 요구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김영주 무협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청 대상에서 빠졌다.



◇경제단체, 文에 52시간제 보완·화평법 유예 건의=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김기문 회장은 300인미만 사업장도 내년 주52시간을 적용해야 하지만 현장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현장 중소기업의 준비가 덜 된 부분을 인정한다"며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정부에서 곧 보완책을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의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정부쪽에서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저성장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기업 활력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화평법은 화학물질 제조나 수입시 성분을 정부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이고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등의 안전의무를 규정한다.


화평법·화관법에 맞추려면 컨설팅 비용과 시설투자 등 기업의 부담이 예상돼 왔다. 52시간제 또한 일부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를 승인하는 등 보완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수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업을 전폭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박용만 상의 회장은 "경제의 신진대사가 떨어져 있다"며 규제샌드박스의 관문 확대 등 규제개혁에 나서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청와대는 여러 의견 관련 법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우선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찬에 배석한 김상조 정책실장은 각 단체에 "국회 사정상 법률 개정이 여의치 않다"며 "하위법령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고자 하니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중소기업들에게 돌파구가 될 것이란 의견에는 "다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국적 기업공단으로 만들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DMZ(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고,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여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 대통령,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18.11.22.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여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 대통령,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18.11.22.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성장 위기-물가 하방..기업활력 시급= 문 대통령과 경제단체장들의 만남은 지난 7월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이후 3개월 만이다. 당시 대기업 총수 등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만났지만 이날 보다 소규모로 경제단체장들과 머리를 맞댔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경제관련 고위 참모들과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이 배석했다.

회동 계기는 성장률, 수출, 물가 등 최근 악화한 경제지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4% 목표를 제시했지만 경제 상황과 여건을 감안해 볼 때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AMRO(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 역시 비슷하게 전망했다. AMRO는 지난달 16~25일 한국 정부와 연례협의를 했다. 방한 미션단장을 맡은 수미오 이시카와 AMRO 리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1%, 내년 2.2%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 결과 지난달 수출액은 447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1.7% 줄었다. 월별 수출액은 10개월째 전년 같은달 대비 마이너스 행진이다. 마이너스 폭은 매달 조금씩 달랐지만 수출 부진이 장기화한 것이다.

지난달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3.1% 늘어난 반면 수출단가가 떨어지며 수출액이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20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가 31.5% 감소했고 △석유화학(-17.6%) △석유제품(-18.8%) △디스플레이(17.1%)등 주력품목이 부진했다.

수출을 버팀목으로 삼고 고용을 늘리는 등 경제 선순환을 꾀하는 게 큰 틀의 정부 기조였다면 그 축이 흔들리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달보다 0.4% 하락했다. 사상 첫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0.5% 상승했으나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15.3% 내렸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판단은 이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감은 커졌다.

홍 부총리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고 밝혔다.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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