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때론 ‘평론’보다 ‘금언’을 추종하지만, 사소한 뒷이야기를 통해 얻는 유머와 감동을 놓치기는 힘들다.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는 두루 걸쳐있다.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그 작품 세계와 달리,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다. 사실주의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 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로 회자한다.
대상을 향한 예술의 표현 양식도 작가마다 달랐다. 마네는 모델에게 생동감 있게 움직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세잔은 사과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쳤다.
그림 한 점 앞에 서면 우리 눈앞에 그려지는 순간의 토막들이 때론 우습고 친근하며 때론 경이롭고 가슴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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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989년부터 2013년까지 25년간 저자가 써온 예술에 관한 기고 글 중에서 주목할 만한 글을 선별해 엮었다.
저자는 “예술의 미덕이나 진실성은 개인의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나쁜 미술, 즉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미술 작품은 화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무사할지 몰라도 결국 들통 나게 돼 있다”고 일갈한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 펴냄. 424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