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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력도 우릴 못 막아" 건국 70주년 中의 성취와 고민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9.10.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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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시진핑 주석의 호언에도 중국 앞에 놓인 시련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매년 10월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개최되는 중국 국경절 행사는 해마다 사상 최대규모다. 성장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중국은 사정거리가 1만4000km에 달하는 차세대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41’을 최초 공개하는 등 자국의 파워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듯 “어떠한 세력도 위대한 조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전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열병식에서 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주석이 오픈카를 타고 1만5000명에 달하는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시 주석이 경례를 받은 후 “동즈먼 하오”(同志們好; 동지들 안녕하신가)라고 화답하자, 사열받는 부대원은 입을 모아 “주시하오”(主席好; 주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대답했다.

이날 저녁 톈안먼 광장에서는 초대형 공연과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벌어졌다. 공연의 총지휘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이머우 감독이었다. 과히 축제분위기라 할 만했다.



최근 중국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이 1949년 건국되자마자 순조롭게 성장한 건 아니다. 2차세계 대전이 종전되자 유럽 각국과 일본은 앞다투어 경제 재건에 나선 반면, 중국의 경제 재건은 이보다 한참 늦어졌다. 1950년대 대약진·인민공사로 대표되는 급진적인 사회주의 실험과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문에 중국은 경제 개발에 전혀 힘을 쏟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일본과 유럽 각국 등 전 세계가 전후 재건 및 경제 발전에 매진할 때, 중국은 죽의 장막 뒤에서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낭비했다. 중국의 잃어버린 30년이다. 반면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중국이 노선투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우리는 먼저 경제개발에 진력하면서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었다.

중국은 1978년에야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했다. 당시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빈사직전이었다. 197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1840년대만 해도 청나라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의 30%가 넘었는데, 140년 동안 중국 경제가 16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대조적으로 1978년 미국 GDP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6%에 달했다. 중국의 15배 이상이었다. 미국 앞에서 중국은 꼬마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꼬마의 키가 40년 동안 놀랍도록 커졌다. 중국 경제는 1978년부터 2018년까지 40년 동안 연평균 9.5% 성장하며 몸집을 90배나 불렸다.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9%로 상승했다. 미국(2018년 기준 24.2%)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2001년 WTO 가입이다.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은 국제분업구조 속으로 편입됐고 곧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치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지척에 위치한 우리나라가 얻은 이득도 막대하다. 우리나라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이를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든 후 미국·EU로 수출하는 무역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흑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1년 49억 달러에 불과하던 대중 무역흑자는 2018년 556억 달러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대중 무역흑자는 무려 6035억 달러에 달한다.

한중관계도 밀월관계를 지속했다. 2016년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때까지 한국과 중국은 동상이몽을 꿨다.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혹은 배려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은 계기가 바로 사드배치와 한한령이다. 사드문제는 일단 봉합됐지만, 한중관계는 여전히 뭔가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한중관계에는 변화가 생겼다. 한중간의 경제적인 격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우리 주력산업 중 디스플레이, 조선은 우리를 발 뒤꿈치까지 추격했고 다음 순서는 반도체다. 또한 모바일결제, 공유경제 등 중국이 우리를 훨씬 앞지르는 분야도 생겨났다.

이 와중에 터진 돌발변수가 바로 미중 무역전쟁이다.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의 7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자 미국으로서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아예 밀어내려는 모양새다. 중국 IT기업이 미국기업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화웨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반도체 생산에 올인하는 등 독자적인 공급망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맞서 중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을 새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 주석은 "어느 세력도 중국의 앞을 가로막지 못한다"라고 호언했지만, 이처럼 중국 앞에 놓인 시련도 만만치 않다. 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면서 지금 중국을 어떻게 봐야 할지, 앞으로 한중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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