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합격자 발표 코앞인데…"10일만에 4년치 입시자료 제출"

뉴스1 제공 2019.10.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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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종 실태조사…10일까지 30개 자료 제출 요구
연·고대 11일 1단계 합격자 발표…주52시간 겹쳐 난감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10일 만에 4년치 입시자료를 제출하라고 해 대학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올해 수시모집 서류평가가 한창인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겹쳐 기한 안에 제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불성실한 자료 제출은 특별감사 대상이어서 '제출 기한 연장' 요청은 언급도 못 하고 한숨만 짓고 있다.

2일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학종 실태조사 대상 대학 13곳에 공문을 보내 오는 10일까지 학종 등 입시 운영 전반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학종 실태조사 계획을 밝힌 지 4일 만이다. 2016학년도부터 2019학년까지 4년 동안의 입시 자료가 제출 대상이다. 10일이라고는 하지만 휴일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7일밖에 되지 않는다.



제출서류는 '합격자 출신학교 유형, 학종 사정 결과', '평가항목별 단계별 평가결과(평가위원별 평가점수)', '단계별 사정 자료', '학생부 평가자료', '전형별 최동 등록 현황', '교직원 자녀 지원자 및 합격자 명단(회피·제척 명단)', '고교 프로필' 등 18개 영역 30개 항목에 달한다. 항목별로 세부자료까지 따지면 실제로는 제출서류가 30개보다 많다.

대학에서 10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면 교육부가 꾸린 '학생부종합전형 조사단'에서 자료 분석 작업에 들어간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거나 불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특별감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학종 조사단에는 교육부뿐 아니라 대학·교육청 담당자, 외부 전문가, 시민감사관 등이 참여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국장급인 조사단장과 과장급 팀장 2명 등의 인사를 내고 준비에 들어갔다.



문제는 지금이 올해 수시모집 서류평가 기간이라는 데 있다. 지난달 10일까지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대학 입학처는 현재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수시 전형에서 서류평가는 입학 사정의 첫단추에 해당한다. 서류평가가 마무리되어야 면접 등 후속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실태조사 대상 중에는 입시자료 제출기한 바로 다음날 수시 학생부전형 1단계 합격자를 발표해야 하는 대학도 있다. 연세대는 면접형 학종의 1단계 합격자를 11일 발표한다. 19일에는 2단계 면접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어문학·국제·체육인재 특기자전형(18일)과 과학인재 특기자전형(25일)의 1단계 합격자 발표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려대 학생부교과전형(학교추천Ⅰ)의 1단계 합격자 발표일도 입시자료 제출 바로 다음날인 11일이다. 고려대 학생부교과전형은 19일에는 인문계 면접고사, 20일에는 자연계 면접고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다. 광운대도 가장 큰 학생부종합전형인 광운참빛인재전형의 1단계 합격자 발표일이 오는 30일이어서 서류평가가 한창인 상황이다.


1단계 서류평가만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다. 연세대는 올해 논술고사 시험일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으로 옮겼다. 12일에는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13일에는 인문·사회계열 논술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입시자료 제출기한 이틀 뒤다.

홍익대 논술고사는 이보다 빨라 5일 자연계열, 6일 인문계열 논술고사를 치른다. 실기고사를 치르는 대학도 있다. 이에 더해 연세대는 대규모 사립대 16곳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고 있고, 홍익대도 14일부터 종합감사를 받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시전형 서류평가에 논술시험 준비에 대학 입학처가 신경이 곤두서 있는 와중에 4년치 입시자료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 5일 근무제까지 겹쳤다. 대학 입시 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가 계도기간으로 둔 처벌 유예기간이 지난달 30일로 끝나면서 이달부터는 예외 없이 적용 대상이다.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입시 담당자들은 지금이 가장 긴장하는 시기다.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더군다나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근무시간이 줄어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니 신경이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하면서 서류평가를 하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10일 기간을 주고 4년치 자료를 제출하라니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 입시 업무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수험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선 자칫 평가가 소홀해져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B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하면 특별감사를 나갈 수도 있다는 게 깔려 있어 대학들이 자료 제출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실태조사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다. C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국고까지 주며 학종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해왔고, 학종 비율이 높은 대학들은 정책을 잘 따라온 것"이라며 "잘 따라왔는데 이제 와서 거꾸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인데, 매년 대입제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는 아직 시행도 하지 않았는데 해보지도 않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꼴"이라며 "정부는 (대입 4년 예고제로) 4년, 8년 뒤 제도를 손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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