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화' 포에버21 파산보호…위기의 패스트패션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10.02 06:01
글자크기

'이민자 신화' 포에버21, 파산보호신청
자라 등 '빅3' 美점유율 2015년 이후 ↓
온라인 '울트라 패스트패션'에 밀리고
환경 관심 많은 밀레니얼세대도 외면

/사진=AFP/사진=AFP


위기설이 돌던 패션기업 '포에버21'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1차적으로 회사의 영업이 부진했기 때문이지만, 2000년대 시장을 이끌어온 패스트 패션 기업들이 이제 달라진 환경에 직면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포에버21은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계 815개 점포를 보유한 회사는 앞으로 파산법원의 감독 하에 구조조정을 하며 재기를 시도한다.



한국인 교포 장도원, 장진숙씨가 1984년 세운 포에버21은 자라, H&M과 함께 '빅3'로서 패스트 패션 시장을 주도했다. 유행에 발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옷을 선보이는 패스트 패션은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포에버21의 린다 장 부회장은 뉴욕타임스에 "소매업계가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회사가 맞은 위기를 설명했다.

이 변화에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고객 이동, 기존 패스트 패션의 인기 하락이 꼽힌다.



/사진=부후 공식 트위터/사진=부후 공식 트위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빅3 패스트 패션 업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5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기반의 D2C(direct-to-consumer) 패션업체 부후와 아소스(ASOS)등은 급성장 중이다. 부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62%, 아소스는 8% 매출이 늘었다. 이들을 비롯해 SNS를 통해 인기를 얻은 미스가이디드, 패션노바 등은 공급망 간소화로 더 빠르게 소비자 요구에 대응해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불린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환경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큰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들은 건강식을 추구하며 이미 미국 식품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패션 제품을 살 때는 '지속가능성'을 따지고 있다. 영국 엘런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옷 한벌의 평균 착용기간은 2003년 195.3일에서 2016년 127.5일로 줄었는데, 이는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사람들이 더 빨리 옷을 버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안 테일러, 블루밍데일, 익스프레스 등이 의류대여 시장에 뛰어들었다면서 이를 하나의 대안시장으로 제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의류대여는 유행에 맞춰 옷을 바꿔입으면서도 환경 문제 부담도 줄이는 방법이다.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는 미국 의류대여 시장이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였으며, 2028년에는 44억달러(5조27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린다 장 포에버21 부회장은 뉴욕타임스에서 "소비자들이 달라지는 동안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재기 의지를 드러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