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100% 손실" 내부 문제제기에도 DLF 팔았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9.10.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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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DLF 검사 중간 발표…"수수료 목표 높이고 목표 달성 위해 손실위험 무시"

"원금 100% 손실" 내부 문제제기에도 DLF 팔았다


원금 전액 손실 사례까지 발생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배경은 결국은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욕심'이었다.

금융사들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상품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8월말부터 실시 중인 해외 금리 연계 DLF 중간 검사 결과 발표를 통해 "DLF 설계, 제조, 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DLF 판매로 인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회사들이 얻는 수수료 합계는 4.93%, 투자자의 약정수익률은 2.02%였다. 고객의 기대수익률은 2%에 불과하지만 금융사들은 2.4배의 수수료를 챙겨간다는 의미다.

그나마 2.02%는 약정수익률일뿐 실제로는 현재 100% 원금손실 사례까지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DLF 판매액 7950억원 중 중도환매(932억원), 만기도래(295억원)를 제외한 잔액 6723억원의 예상손실액은 3513억원(손실률 52.3%)이다.



"원금 100% 손실" 내부 문제제기에도 DLF 팔았다
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영업점 성과지표 중 비이자수익 배점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았다. 특히 DLF를 집중 판매한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은 경쟁 은행 대비 2~7배 높은 수준이었다. 두 은행은 또 연간 수수료 수익 증대 목표를 전년대비 최대 54% 높이고 본점 차원에서 일일 단위로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DLF를 개발한 증권사부터 판매한 은행까지 상품의 손실 위험은 무시했다.

DLF의 기초자산이 된 DLS를 발행한 증권사는 해외 투자은행(IB)에 헤지를 한다는 이유로 가격적정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내부 리스크관리부서로부터 해외금리하락이 심상치 않아 원금손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DLS를 발행했다. 또 해외 IB와 협의과정에서 고객 약정 수익률을 낮추고 증권사의 수수료를 높인 사례도 드러났다.


은행들은 DLF의 기초자산이 된 해외 금리의 하락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DLF 판매를 계속했다. 고객 약정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손실배수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내부에서 '원금 100% 손실 가능성'의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추가 검토나 보완없이 자산운용사가 과거 데이터만으로 추정한 '손실위험 0%'를 그대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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