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사이즈의 희귀작 김환기 ‘우주’ 100억원 넘을까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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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나온 푸른색 전면 점화…“한국 미술 세계 경쟁력 ‘시험대’”

김환기, Universe 5-IV-71 #200, 1971,  코튼에 유채, 254 x 254 cm (2 panels)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 Universe 5-IV-71 #200, 1971, 코튼에 유채, 254 x 254 cm (2 panels)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가 작업한 가장 큰 사이즈의 작품이 한국 미술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오는 11월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되는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에 세계 미술 컬렉터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중 전성기 수작은 1970년대다. 71년 작인 ‘우주’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사이즈가 가장 크고(254×254㎝) 좌·우로 나뉜 2개의 그림을 하나로 합친 희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크리스티 코리아 이학준 대표는 “김환기 생전 작품 중 유일한 이부작”이라며 “사이즈 면이나 희귀성 면에서 최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미술 최고가는 김환기가 찍었다. 그의 붉은 전면 점화 '3-II-72 #220'은 지난해 약 85억원에 거래됐다. 이번 ‘우주’의 경매는 620만 달러(약 74억원)에서 시작해 한국 미술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게 크리스티 경매 측의 설명이다.



‘최고가 경신’이 중요한 건 1000만 달러(약 119억원) 이상의 작품이 거래되는 기록을 가진 국가의 세계 미술 시장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

이학준 대표는 “이번 김환기 작품의 홍콩 경매는 주류 미술 시장에 편입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단색화 또는 추상미술) 차세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교두보”라고 설명했다.

김환기는 단색화의 대가로 평가받지만, 단색화 이전의 기수로서 세계 미술의 주요 흐름인 추상미술의 분야로 정의해 이 분야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해석이다.


‘우주’는 127×254㎝ 크기의 두 그림이 합쳐져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오리엔탈리즘의 정서를 투영했다. 한 덩어리로 보는 우주는 곧 알알이 흩어진 점들의 자아이고, 작은 점들은 수많은 연결고리로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로 통하는 동양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관과 맞닿아있다.

작품은 푸른색 전면 점화로, 미국 뉴욕 체류 당시 서양의 화풍으로 동양적 사상을 투영한 ‘이중의 미학’이 온전히 스며있다. 김환기 주치의였던 김정준(91)씨 부부가 40년 넘게 소장한 작품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70년대 절정기를 보낸 김환기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표현하기보다 시적인 점으로 색과 우주가 지닌 이미지를 집요하고 섬세하게 접목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며 “사이즈가 대부분 큰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서 보이는 숭고함이 김환기 작품에서도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는 부분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환기의 작품은 늘 경매 시장의 화두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그의 낙찰 총액은 약 145억원을 기록해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를 키워왔다.

크리스티 코리아 측은 “정치적 소요 사태가 계속되는 홍콩 분위기에서 미술 시장의 안정성 문제와 작품 낙찰 부분만 없다면 신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경한 평론가는 “지금까지 한국 미술 작품에 100억원 이상 낙찰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매는 한국 미술의 세계 시장 반열에 오르는 상징이 될 수 있다”며 “100억원 달성을 계기로 같은 시기 작품 가격도 같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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