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최대호황에도 못 웃는 이유…'따이궁의 역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9.09.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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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면세점 매출 원화기준 사상 최대 2조1844억원…외국인 의존도 85%로 최대치 경신, 따이궁 수수료 부담 커져 수익성 하락

지난 3월 롯데면세점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따이궁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지난 3월 롯데면세점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따이궁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면세점 최대호황에도 못 웃는 이유…'따이궁의 역설'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18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들어서도 면세점 매출이 20% 이상 고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따이궁(대리구매자)에 대한 의존도 심화와 면세점간 수수료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8월 기준 면세점 매출은 18억952만달러로 월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3월 19억1837만달러에 이어 다시 18억달러선을 넘어섰다. 원화 기준으로는 환율상승에 따라 지난 3월 2조1656억원을 넘어선 2조184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30.1% 증가한 금액이다.

한일간 무역분쟁으로 내국인 여행객과 매출액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객이 전년 대비 20.9% 늘어나고 9월 중추절 선수요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매출액이 28.9%가량 고성장한 결과다. 특히 외국인 1인당 구매액(객단가)이 3월 이후 다시 9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6월 중국 시장감독국의 전자상거래법 관련 발표 이후 따이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10월1일부터 7일까지 중국 최대명절인 국경절이 시작되고 11월11일에는 광군제도 있어 9월 실적도 고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면세점업계의 3분기 매출액은 증권가 전망을 상회할 전망이다.

문제는 따이궁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기준 외국인 매출액 비중은 8월 84.9%로 역대 최고치로 솟았다.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중국 따이궁들이다. 그만큼 면세점업계의 따이궁 유치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행사(가이드)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수료는 구매물품 가격의 20% 안팎인데 중국인 면세품 수요가 증가하는 중추철 등에는 업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수료율이 치솟는다.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문을 열자 송객수수료가 한때 40%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명절을 앞둔 8월과 9월 송객수수료도 평소보다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시 가격할인과 적립금 등 송객수수료 외에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이 때문에 제품 수급과 규모의 경제에서 뒤지는 후발 군소면세점들이 하나씩 쓰러지고 있다. 실제 한화가 운영하던 갤러리아 면세점은 지난 3년간 1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보고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두산계열 두타면세점과 하나투어의 에스엠면세점, 엔타스면세점 등 군소업체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롯데와 신라, 신세계 면세점의 경우 성수기인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이 돈벌어 따이궁에 퍼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따이궁을 모시기 위한 경쟁을 하다보니 매출액은 증가해도 영업이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그나마 규모가 되는 대형면세점의 경우 제품 구매가를 낮춰서 이익을 내지만 후발업체들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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